▲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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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혼과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부부처럼 동거·부양·협조의무가 따릅니다. 이건 도덕적 의무일 뿐 아니라 법적 의무이기도 합니다. 10년도 넘긴 했습니다만, 이런 의무를 확인해 준 대표적인 사건을 소개합니다.
[사례] 여대생 C씨(여성)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D씨를 만나 2년 정도 교제하고 결혼식을 올렸으나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신혼집에서 얼마간 동거했는데 D씨는 변호사 개업준비를 한다고 고향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다가 D씨는 몰래 와서 옷가지와 패물 등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C씨가 찾아오자 D씨는 "뜻이 바뀌어 헤어지자는 것이고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니 다시는 찾아다니지 말라"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하였습니다. D씨의 황당한 태도에 C씨는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사실혼관계에 있어서도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포기한 경우에는 악의의 유기에 의하여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것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자료 금액은 6천만 원으로, 1998년 판결 당시로써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사실혼 부부에게도 일상가사채무의 연대책임을 비롯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인 혼인의 효과가 생깁니다. 또한 위 사례처럼 결혼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위자료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며, 결혼생활에서 함께 모은 재산이 있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연금을 받을 자격도 있습니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국민연금법 등에는 유족연금을 받을 자격에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시켜 놓고 있습니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 사망시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승계도 인정하고 있습니다(임차인인 남편이 상속인 없이 사망했다면 해당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처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합니다. 만일 함께 생활하지 않은 2촌 이내의 상속권자가 있을 때는 상속권자와 함께 임차인의 권리를 승계받게 됩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 없고 간통죄 고소 못해우리나라는 형식혼주의를 따르고 있습니다. 형식혼주의란 쉽게 말해서, 서류상으로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지를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사실혼은 조금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법의 잣대로 보자면 사실혼 부부는 배우자끼리 친족이 될 수 없고 배우자 가족들과도 인척관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사실혼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배우자 사망시 재산상속권이 없습니다. 법률상 배우자가 다른 상속인들보다 50%를 더 얹어 상속받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서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또 사실혼 부부도 외도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지만 간통죄로 형사 고소할 수는 없습니다. 형법상 간통죄는 법률상 배우자만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청구는 가능합니다. 상간자(함께 바람피운 이성)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해봅니다. 사실혼 관계는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제 부부 사이인 관계를 뜻합니다. 부부로서의 권리와 의무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끼리도 친족이 되지 못하고 상속권이 없다는 불편이 뒤따릅니다.
형식 갖추지 못한 결혼, 때로는 불편도 따른다아직도 상심하고 있을 배순아씨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라고 해서 남남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간통죄로 Y를 고소할 수는 없겠군요. 굳이 책임을 물으시겠다면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깨뜨린 Y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시기 바랍니다. Y처럼 파렴치한 사람에겐 본때를 보여줄 필요도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판결을 소개합니다. Y와 비슷하게, 10년 정도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다가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과 혼인한 남성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그에게 위자료 2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바 있습니다.
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데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원한다면 결혼식을 생략하건 혼인신고를 안 하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하지만 형식을 갖추지 않은 사랑은 때로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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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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