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긴 동화사 승탑 1기. 옥개석이 다 깨지고, 몸돌도 작다. 그래도 마음에 끌린다.
전용호
동화사에는 특이한 승탑 3기가 있다. 하나는 하늘로 솟아오를 것처럼 당당하고, 하나는 작지만 옥개석도 만들고 기단에 용을 네 마리나 새긴 정성을 들인 승탑이다. 가운데 하나는 제 짝인지 의심이 되는 깨진 옥개석을 비스듬하게 이고 있다. 옥개석은 기왓골을 새길 정도로 정성을 들였으나, 지금은 깨지고 볼품없이 되어버렸다. 깨지고 비틀어진 승탑이지만 자리를 차지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개구쟁이처럼도 보인다. 못생겼지만 나름 이 승탑이 마음을 붙잡는다.
재를 넘어서면 낙안 넓은 들이 펼쳐진다. 옛날에는 풍족하고 살기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낙안(樂安)이라는 지명에서도 풍요로움이 넘친다. 도로 주변으로 배나무 밭이다. 마을 이름도 이곡마을이다. 낙안배가 유명하다던데, 이곳에 배꽃이 피면 장관이겠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넓은 평야에 축조된 성곽으로 성내에는 관아와 100여 채의 초가가 돌담과 사립문에 가려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때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왜구를 토벌하였다. 그 후 인조 때 낙안 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석성(石城)으로 개축하였다고 전해온다.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읍성으로 들어가는 다리에는 석구(石狗) 세 마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발견된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 남원 고리봉 밑 절집에 개 석상을 본 기억이 있다. 옹성으로 단단하게 쌓은 성문을 지나서 바로 좌측 골목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