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로 향하는 희망버스 '그리움이 또다른 그리움에게'
경기시국회의
공장안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작업장에서 스스로의 삶을 버린 다음 날인, 1월 11일 쌍용차와 공장안 기업노조는 무급휴직자 455명을 2013년 3월 1일부로 전체 복귀시킬 것이라며 대대적인 언론발표를 했다. 2009년 77일 파업 끝에 합의된 지 4년 만에, 복귀 시점으로 따지면 3년 만에 복귀였다. 1년 후 복귀라는 노사합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던 쌍용차를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자들의 임금청구소송이 거의 막바지에 있었고, 여야 모두 대선 전부터 여러 차례 약속했던 쌍용차 국정조사가 논의 될 즈음이었다. 서울 대한문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말라며 분향소를 차리고, 경찰한테 맞고, 연행 당하며 버틴 지 10개월 즈음이었고, 김정우 지부장이 41일간 곡기를 끊고, 곧이어 3명의 해고자가 15만4000볼트의 송전탑에 올라가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두 달 이어 갈 즈음이었다.
곧이어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무용론을 주장하며 대선 전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고, 쌍용차와 공장 안 기업노조는 공장 밖으로 내몰린 해고자들을 비난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장관인 이채필은 국정조사로 쌍용차 경영이 어려워지면 책임질 수 있느냐며 야당의원들에게 일갈했다.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으로 부당하게 진행된 정리해고에 대해 의혹이 있으니 진실을 규명하자는 국정조사가, 투자약속만 하고 기술만 먹고 튀었던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의 투자에 대한 의혹을 밝히는 국정조사가, 이어지는 죽음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트라우마에 휩싸이게 한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가 순식간에 공장 안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해고자들만의 이기적인 주장으로, 야당의 박근혜 정부 발목잡기로 둔갑하였다. 그렇게 절망 앞에 선 채로 쌍용차 해고자들은 버티고 있다. 송전탑의 혹한 속에, 대한문의 무거움 속에, 삼청동 인수위의 약속과 통합이라는 기만 앞에 서 있다.
하지만 해고자들은 절망 앞에서 주눅들거나 움츠리지 않을 작정이다. 약속과 통합의 정치라 이야기하며 거짓과 기만의 정치를 펼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싸울 것이다. 복귀하기로 약속했던 무급휴직자에게 임금소송을 취하하고, 시키는 대로 일하겠다는 확약서를 쓰지 않으면 복귀시키지 않겠다고 겁박하는 쌍용차 경영진을 대상으로 싸울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짐짓 관계없는 듯한 태도의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와도 싸워 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 스스로의 무기력함과 절망 앞에서 싸울 것이다. 그렇게 절망을 딛고 다시 싸워 나갈 것이다.
하지만 혼자이기는 여전히 두렵다. 비장한 마음으로 싸워내기엔 우리의 마음은 상처투성이다. 그래서 해고자들 스스로가 혼자가 아님을 믿는 많은 이들과 함께 서로를 응원하고, 북돋으며 우리의 싸움을 이어가고 싶다. 쉽사리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어려운 이때, 절망에 딛고 선 여기에서 다시 방법을 찾자고 호소한다. 1월 26일 토요일 평택역 오후 3시 쌍용차로 향하는 희망버스의 탑승객이 되어 줄 것을 호소한다. 거짓과 기만 그리고 죽음과 슬픔을 딛고 다시 서로를 와락 안아주기를 호소한다.
쌍용차 해고자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혹한의 칼바람 속 송전탑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해고자들만의 절박한 외침을 넘어서, 우리 모두의 메아리로 화답되었으면 좋겠다. 절망을 딛고 선 모두가 서로를 다시 와락 안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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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복직자. 현재 쌍용차지부 조합원. 훌륭한 옆지기와 살고 있는 세아이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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