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후보자 가족은 '신의 가족'인가

등록 2013.01.22 17:14수정 2013.01.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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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후보자, 아이(딸)가 들어온(귀국) 날이 같다. 맞느냐?"(서영교 민주당 의원)
"전체적으로 스케줄을 (딸이)잡았던 것 같다."(이동흡 후보자)
"거기다 맞춰 짜셨죠. 아이가 거기 있는 것에 맞춰 짜셨고 거기 같이 가서 지낼 생각으로 같이 가신 거죠?"
"지낼 생각이 아니라 귀국 시점하고 시차라는 것을 우리 딸이 거의 스케줄을 짰다."(이 후보자)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이동흡 후보자 사이에 오간 질의와 응답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0년 6월 5일부터 19일까지 14박 15일 일정으로 프랑스·스위스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 일정을 둘째 딸 이아무개씨가 짰다는 것이다. 당시 이 후보자 딸은 프랑스에서 외교관 연수중이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2년에 한번 꼴로 돌아가면서 프랑스·스위스 정기 출장을 간다. 그렇다면 헌재사무처에서 일정을 짜야 하는데, 이 후보자 일정 중 9일을 아내와 딸이 함께 스위스에 다녀오면서 딸이 짰다는 것이다. 

서영교 의원이 "후보자님 공식 국제 문화 행사 일정을 딸이 짜신 거죠"라고 확인하고 "그래서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동흡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헌재재판관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당연하다.

하기사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아내와 동반한 것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장관급이면 비서관도 (출장에 함께) 가는데 헌법재판소는 예산 사정도 열악하니 연구관이 동행 안 할 수도 있다"며 "부인이 비서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공식 행사에는 나만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수 중이지만 '외교관 신분'인 둘째 딸이 연수 일정을 짠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기름값 아낀다며 딸을 관용차에 태워 출근시켜주고, 딸은 아버지 국외 출장 일정을 짜주는 대단한 가족 사랑이다.

이 후보자 자녀 사랑은 딸에게 머물지 않은 것같다. 이 후보자 장남이 군복무를 하면서 '테니스병 위로' 명목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오마이뉴스>는 이 후보자의 장남인 이아무개씨(26, 대학생)는 군 복무 시절이던 지난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10일 동안 '테니스병 위로'라는 명목으로 특별 휴가를 받았다"고 단독보도했다.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테니스병'은 군대 보직에 존재하지 않는다. 없는 보직을 만들면서 휴가를 다녀오는 대단한 군인이다. 이씨 보직변경 역시 '소총수'-'연대장 CP병'-'무선장비운용병'으로 보직이 변경됐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같은 말 두 번 하지만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 것이다. 자대배치 직후 받은 보직은 전역할 때까지 웬만한 일이 아니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유는 간단하다. 군대 생각보다 전문영역이다. 국방부가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숙련도가 떨어져 국방력 저하된다는 논리다.


국방연구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전투력을 최고조로 올리는 숙련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보병 16개월, 포병 17개월, 기갑 21개월, 통신 18개월, 정비가 21개월은 되어야 한다. 웬만하면 전역할 때까지 보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 후보자 아들은 보직을 4번이나 바꿨다. 솔직히 소총수와 당번병 그리고 군보직에 존재하지도 않는 '테니스병'은 100번 양보해도, '무선장비운용병'은 전문영역이다. 대학에서 무선장비를 전공했으면 몰라도 이씨는 언론정보학을 공부했다.

이씨는 군복무를 하면서 정기휴가 26일, 청원휴가 2일, 포상휴가 55일, 위로휴가 14일 등 총 97일을 휴가를 다녀왔다. 이씨는 24개월 복무였으니 730일이다. 730일 동안 97일이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휴가다. 6일근무, 1일 휴식이다. '신의 아들'이 따로 없다.

1987년 5월 4일 입대하고, 1989년 9월 12일 전역했다. 약 870일 동안 군복무를 한 셈이다. 별재주가 없어 28개월 보름 동안 소총수로 살았다. 휴가는 정기휴가 40일과 특별휴가 3일이 전부다. 정말 군대 많이 좋아졌다. 전역 후 몇 년 동안 꿈을 꿨다.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꿈이 깨면 멍하니 천정을 바라면서 "여기가 우리집이야 내무반이야"라는 착각을 할 때도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군대 꿈은 꾸지 않는다. 그만큼 군대는 내 삶에 큰 흔적이었다.

이명박 정권 고위공직자가 대부분 군면제라 '군면제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달리 이 후보자 아들은 현역 복무를 했기에 이명박 정권의 고위공직자와는 다르다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아들은 이 후보자 아들처럼 '테니스병 위로' 명목으로 휴가를 받지 못하고, 보직을 4번이나 바꿔가면서 전역하지 않는다. 이동흡 후보자 가족은 '신의 가족'인가?
#이동흡 #헌재소장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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