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쪽 한가운데 속리산서 칠장산을 거쳐 문수산으로 뻗어 오른 한남정맥. 광교산에서 검단으로, 관악으로 부챗살처럼 퍼진 한수이남 지맥의 한 가운데 자리한 청계산(淸溪山 618m). 동서남북으로 서울, 성남, 의왕, 과천을 가르는 산입니다.
최방식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자 여행자들, 푸념부터 늘어놓습니다. 옛골을 벗어나 '깔딱고개'를 오르는데 송선민씨가 눈길이 미끄러워 못가겠답니다. 망우산 능선길에 등산화가 더 미끄럽다며 부츠를 신고 온 그 분이죠. 고급 아이젠을 사놓고 그냥 온 여행자입니다.
둘레길 여행에 세 번째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멋진 등산화를 신고 왔습니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 등산 다닌다고 했던 모양인데, 부친께서 1백여만 원을 보내고 "얘, 등산화 등 좋은 거 사 신고 다녀라"고 하셨답니다. 판매원이 '안 미끄러지는 좋은 제품'이라 해 아이젠은 두고 등산화만 신고 왔다며 한마디 덧붙입니다. "그 시키들 거짓말 했잖아."
여행자들은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는 이수봉을 그냥 지나쳐 청계사로 갑니다. "깔딱고개만 넘으며 평탄한 능선길"이라 달랬는데, 가파른 계단길이 계속됩니다. 민선씨, 무릎 아파 못가겠답니다. 조금만 가면 된다고 얼러도 푸념이 거듭됩니다. "이건, 둘레길이 아니잖아요."
엄살로 나주사투리로 배꼽을 잡게 하는 민선씨. "어릴 적부터 제가 툭하면 넘어지곤 했어요. 건들건들 걷다 그런 거지요. 그 때마다 아버지가 그랬어요. 생기다 말아서 그렇다고. 그리곤 나랑 공동묘지에 가자고 그랬어요. 고장난거 바꿔오게..."
대공원 계곡의 좌청룡 능선을 휘감아 도는 길. 절고개를 지나는데 배고프다며 점심을 하잡니다. 앉을 만한 곳을 찾다 여의치 않아 등산로 옆 자그마한 바위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약밥, 유부초밥으로 배를 채우고, 수다로 지쳐갈 때쯤 다시 출발했습니다.
"공동묘지가, 고장난 거 바꾸자"그런데 웬일이래요. 점심할 데를 찾다 포기했는데, 50여 미터를 더 오니 의자가 6~7개나 비어있습니다. 서두르면 안보이니 느리게 가자고 했는데...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으니, 이거 참. 여행자들, 건성은 언제 그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우고 버리고 멈추자 해놓고, 늘 머리 따로 가슴 따로입니다. 잊은 나, 잃은 이웃, 함께 사는 마을로 가는 '길'은 언제 찾나요? 이런 얼렁뚱땅 여행으로 그런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나 있을지 정말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