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에서 운문암 가는 길. 비자나무 숲이 겨울에도 푸르다.
전용호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82)에 신라 고승 여환선사가 백암사(白巖寺)로 개창하였다. 고려 때 정토사(淨土寺)라 개칭하였고, 조선 선조 때인 1574년에 환양선사 백양사(白羊寺)라 개칭하였다. 백양사로 개칭하게 된 건 환양선사가 산내 암자인 영천암에서 설법하는데 하얀 양이 산에서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사라졌다는 얘기 때문이다.
7일간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태어났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상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단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고,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절집으로 들어선다. 아기자기한 절집이다. 보통 절집들은 문들을 거치면서 대웅전으로 가게 되는데, 백양사는 여염집에 들어선 것처럼 주변으로 요사들이 있고 담장을 따라 걸어가면 대웅전 마당이 나온다. 아마 백암산 백학봉을 배경으로 절집을 앉히려다 보니 이런 구조를 만들었나 보다. 학이 날개를 편 것 같다는 백학봉이 감싸고 있는 대웅전은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함을 준다.
절집에서 나와 산책로로 들어선다. 백양사에서부터 운문암까지 2㎞ 남짓 편안한 숲길이 있다. 겨울 산행이 아니더라도 걸어갔다 오기에 좋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든 숲길이 지금은 하얀 눈으로 쌓였다. 그렇다고 삭막하지도 않다. 비자나무가 싱싱함을 잃지 않고 길가로 줄지어 섰다.
눈이 쌓인 산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