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라이스 잼잼 3> 겉그림
씨네21북스
만두, 김밥, 라면, 샌드위치, 짜장면, 냉면, 돼지국밥, 김치볶음밥, 달걀말이, 순대, 까스활명수, 야쿠르트, 바나나맛 우유, 단무지, 사발면, 귤, 칼국수 등은 대중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이거나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하면서 정이 든 그런 것들이다.
사실 이런 음식들은 워낙 흔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인지라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해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으며, 어떤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는지 등, 그 속에 깃들인 역사와 나름의 문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고 고마운 음식들인데 말이다. 우리가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처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인지 알려주는 책도 그다지 많지 않은것 같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겨먹는 것들인만큼 개인마다 이들 음식과 관련된 추억도 나름 있을 터, 그 음식에 숨어 있는 역사나 문화사를 간단하게라도 알고 먹으면 훨씬 좋을 것인데도 말이다.
<오무라이스 잼잼> 시리즈는 생생한 음식 그림과 감칠맛 나는 이야기로 이런 공백을 채워주는 음식만화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우리 주변 음식들에 얽혀있는 것들을 어쩌면 이리 감칠맛 나게 들려줄 수 있을까?'와 같은 감탄을 할 정도로.
최근 나온 <오무라이스 잼잼 3>(씨네21북스 펴냄) 3권 역시 마찬가지의 감동으로 읽었다. 김치볶음과 쫄면, 달걀밥, 돼지국밥, 홍합탕 등 우리들이 즐겨 먹는 일상음식들의 유래(역사)와 그에 얽힌 사연(문화사)들을 감칠맛 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73화와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 더' 등 100여 꼭지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그만큼 많은 음식들을 다룬다는 것. 이중 우선 소개하고 싶은 것은 실수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쫄면에 얽힌 이야기다.
'쫄면의 원조'라는 위엄 있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광신제면(기자 주:인천시 중구 경동 96번지)은 최근에는 주문량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대량생산 설비와 영업사원을 갖춘 대형공장에 맞서 생산량과 수지를 맞추기 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거래하는 가게는 많이 줄었지만, 옛 맛이 그리워 개인적으로 찾아오거나 멀리서 택배로 주문하는 분이 종종 있다고 하네요. 사장님은 제면소의 쇠락을 다소 씁쓸해 하셨지만, 면의 품질에서만은 자부심을 보이셨습니다. 밀가루에 물, 소금, 그리고 탄성을 더해주는 소다 외에 일절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방부제도 물론 들어가지 않아 냉동하지 않는 한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고요. -<오무라이스 잼잼 3> '쫄면'이야기 중에서 스카치테이프로 유명한 3M사의 연구원이었던 스페시 실버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어내고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약해 보이는, 그리하여 쓸모가 없는 풀을 만들어내고 만다. 실망이 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거나 이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쓸 방법을 찾는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어느 일요일.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는 회사동료 아서 프라이가 연주할 곡에 종이를 작게 잘라 끼워둔 책갈피들이 쉽게 떨어져 나가 버리는 불편한 상황을 보게 된다. 이에 그는 책갈피 끝에 자신에게 실패란 불명예를 안겨 준 세상에서 가장 약한 풀을 발라 책갈피로 쓰게 한다.
그런대로 효과가 괜찮았다. 이에 그는 이왕이면 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연구를 거듭한다. 그리고 7년 후인 1980년 어느 날 3x3인치짜리 연노랑색의 메모지가 등장, 세상에 공개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포스트-잇'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