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1위 신세계 그룹 이마트는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사원들을 따로 뽑아 명단을 작성해 공식 조직과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들의 명칭은 'KJ'였으며, 이들의 역할은 한마디로 '은밀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노조 등 문제 사원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KJ 사원들의 역할은 한마디로 '은밀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노조 등 문제 사원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내부 문건 곳곳에 '비선'이나 '내부 양성인력', '믿을 수 있는 인력'을 활용해 추진하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때 바로 KJ가 나선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이마트의 사내 여론조작 지침 메일에도 구체적인 입소문 내용을 "팀장 및 리더급/KJ 사원들에게 전달"하라고 명시되어 있다.(관련기사 :
이마트, 비열한 여론조작 지침)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은 KJ 명단을 본 후 "이들은 누가 봐도 회사에 엄청난 충성파인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이렇게 KJ로 규정해 관리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동광주점에서 있었다는 집단폭행 현장에 있던 사람을 KJ 명단에서 확인했다. 또 자신과 동인천점에서 함께 근무했던 9명의 이름이 KJ 명단에 있었다.
"동인천점에 있을 때 2011년 쯤 저와 친했던 사원들이 6개월 사이에 다른 곳으로 발령 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왔어요. 약 6명 정도가 제 주변에 새로 배치됐는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죠. 새로 온 사람들은 10년 전 동인천점 초기에 일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원래 그렇게 다른 점포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그때, 아, 나를 에워싸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후 그들은 모두 인사총무파트장으로 승진해서 다른 점포로 갔습니다. 한 점포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인사총무파트장으로 발령 나는 사례 역시 이례적입니다."<오마이뉴스>가 만난 이마트 전 직원은 "KJ는 인사팀에 충실한, 회사에게는 최고의 직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점에서는 인사총무파트장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말했다. 수시로 본사 인사관리팀에 직원과 매장의 동향을 보고하기 때문이다. 성과급이 나왔을 때 직원들이 만족하는지, 점장이 바뀐 후 분위기는 어떤지 등 사소한 사항들도 모두 보고 사항이다. 그래서 점장도 어쩌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술자리 등에서 이야기를 다 들어주다가 위에 보고한다"면서 "직원들도 말조심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의 화답 : 인사평가내부 감시 뿐 아니라 노동부와 경찰 등 대외 관공서 관리에도 KJ 사원이 관여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이마트의 '노사관리 대내외 인적 네트워크' 조직도에는 전국 10개 권역의 노동부와 경찰의 명단과 함께 이들을 담당하는 간부 외 KJ 사원 297명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마트는 이렇게 은밀한 일을 수행하는 KJ 사원들에게 좋은 인사 평가로 화답했다. 이마트에서 작성된 2011년 상반기 고과추천(충청권역) 문서를 보면 11명의 상위고과 추천자 중 8명은 사유란에 "업무능력 우수" 등이 적혀있었지만, 평택점의 J씨와 천안점의 B씨, 충주점의 K씨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 책임감, 적극적인 자세2. 권역담당자 KJ 인력MJ와 KJ뿐 아니라 KS, OL도 있다
▲2011년 6월 23일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복수노조 관련 참고 Solution(해결방안)'의 30페이지에는 MJ나 KS 사원들 면담 결과를 정리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이에 따르면 사원들을 "감염 정도"에 따라 A-B-C-D-S 등급으로 나눴다. 각 등급별 의미는 위 이미지와 같다.
오마이뉴스
한편 이마트가 별도로 관리하는 사원에는 MJ와 KJ 사원 뿐 아니라 KS와 OL 사원도 있었다.
KS는 문제(MJ) 사원만큼 위험하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관심(KS) 사원이다. 이마트는 문제(MJ) 사원과 관심(KS) 사원을 면담을 통해 노조에 대한 "감염 정도"에 따라 A-B-C-D-S급으로 등급을 부여해 관리했다(위 이미지 참고). <오마이뉴스>는 이마트가 작성한 MJ와 KS 사원 명단도 입수했다.
OL은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의 약자로, 회사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사원을 지칭한다. 이마트는 OL에게 양면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봤다. 충성도 있는 OL은 환영하지만, 불만이 쌓인 OL은 아주 위험하다. '조직 관리 위험요소'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는 "OL 사원 중 회사에 대한 불만이 내재돼 있는 인력"과 "회사 충성도가 뛰어난 인력"을 파악해 주변 친밀도를 알아보라고 적시했다.
결국 이마트는 내부 사원을 KJ(가족)-OL(여론주도)-KS(관심)-MJ(문제) 사원으로 분류하고, KS와 MJ 사원은 더 나아가 A-B-C-D-S급으로 분류해 관리했다.
이마트측은 이 내용에 대한 반론 요청에 "내부적으로 확인 중에 있다"고만 답했다.
[법률 검토] 권영국 변호사 "헌법 위의 기업이라는 우려 현실화" |
사내 직원들을 KJ(가족)-OL(여론주도)-KS(관심)-MJ(문제) 사원으로 분류하고 다시 KS와 MJ 사원들을 A-B-C-D-S로 분류해 관리한 이마트의 인사·노무관리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업무상의 범위를 벗어난 사적인 영역에까지 사찰과 정보수집행위를 일상화하고 그에 따라 처우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라며 불법적인 요소가 많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사기업이 문제 사원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감시체계를 관행화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존중 등 기본권 보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헌법 질서를 유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헌법 위의 기업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정법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정보통신법 위반죄 ▲형법상 비밀침해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노조법 위반죄 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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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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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문제사원' 대항마 'KJ사원' 육성 사원-매장 감시, 관공서 관리 등 은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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