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MBC 김효엽 기자
이영광
- 한 기사를 보면 "대체인력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빨리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대체인력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저는 대체인력보다 앞서 현업에서 배제되어 있는 분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게 첫 번째죠. 경쟁력 이야기 하는데, 작년에 한국 돌아와서 직후에 본 회사나 지금의 회사 봤을 때, 일은 다 해요. 출입처 나가 기사 쓰고 편집하는 등 열심히 하지만 거기에 +α가 없어요. 무슨 말이냐면 기자는 대표적으로 뉴스 취재 보도를 하잖아요.
몇 년만 기자생활 하면 어느 정도 하면 욕은 안 먹는지 알아요. 그러나 거기서 힘들고 귀찮아도 전화 한 번 더 하고 한 사람 더 만나보면 거기서 얻어지는 게 큰 차이를 보이고 그것이 경쟁력이 되는데, 동기부여가 없고 의욕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아니죠. 그게 안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동료들 때문이죠.
되살리자고 말은 하지만 아직까지도 수십명이 영업뛰고 클래식 음악 듣고 하는 상황에서 그런 구호가 허무하게 들린다는 거죠. '회복하자 되살리자, 너는 빼고' 이런 거잖아요. 작년에 같이 파업하는 동료들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없죠. 마음에 안 걸리겠습니까? 똘똘 뭉쳐 죽어라 해도 경쟁력 회복이 어려운 상황인데 자기가 책임지는 최소한의 것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기자들은 출입처만 바뀌어도 직업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죠. 큰 스트레스에요. 그런데 이 분들은 출입처 바뀐 정도가 아니라 직업 자체를 잃어버린 거에요.
기자로 들어와서 사회공헌실에 가거나, 그것도 자의도 아니고 그런 상황이 계속되는데 안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열심히 하고 싶은 토양이 안 되죠. 다 나서서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인데. (돌아오는 것이) 개인에 대한 명예 차원이기도 하고 회사가 얘기하는 경쟁력 회복도 마찬가지죠. 기본적으로 불이 안 붙죠. 아무리 불을 때라고 하면서 한쪽에서 찬물을 계속 붓고 있으면 불이 안 붙잖아요.
자연스럽게 대체인력이 남아 있죠. 개개인의 능력이나 사정은 제가 얘기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느 매체에서 왔는지 이런 건 관심이 없어요. 애초부터 제작 거부란 선택을 했던 동료들의 그 신념이 맞고 틀리고는 둘째치고, 방송인으로 가장 큰 걸 포기하고 투신했는데, 그거 대신하겠다고 들어오신 분들이잖아요. 화학적 교류가 될 수 없고 받아들이기 어렵죠.
지금도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는데, 친하게 지내라, 왜 쟤들이랑 말도 안하고 밥도 안먹느냐 왜 전학온 친구랑 친하게 안지내느냐, 뭐 이렇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학생들 다그치는 식의 그런 차원의 일은 아닌 것 같이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거죠. 문제는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거죠. 파업때 없어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을 거라는 제가 봐도 그래요. 특히 방송기자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협업이에요.
큰 일이 터지면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취재를 나누고, 그래서 큰 거를 만들어내는 건데 기본 신뢰가 없는데 이 사람이 해온 걸 믿겠습니까? 그게 될 수가 없는 조합이죠. 애초에 첫단추가 이렇게 끼워졌기 때문에 화학적 융합은 그래서 어려웠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요. 이분들을 어떻게 해야한다 구체적으로 여기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이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파업 끝났으니까 새시대 대통합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거 이렇게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고 맞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거죠."
- 지난해 창사 기념식 또 올 신년하례회에서 김재철 사장은 1등 탈환을 강조했지만 MBC의 현실은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 사고가 나고 시청자들은 몇 개 프로를 제외하고 외면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MBC는 뭘해도 밉다 잖아요. 상징적인 게 16일 했던 김현희 방송 같아요. 어느 누구도 현업에서 기획하지 않았고 편성표에도 없었고, 대체 누가 만든 프로그램인가 하니, 모르게 모르게 윗사람들이…. 월요일부터 얘기 돌기 시작하더니 방송이 나간 거죠. 무슨 청부 프로그램 같은 거죠. 아무도 모르는데 위에서 뚝딱 지시가 내려와서, 듣기로는 편성본부장이 종편하는데까지 와서 진두지휘하고, 기획본부장은 나와서 마중까지 하고, 상징적이죠. 거기에 방문진에서 압력 넣었다는 외압 논란도 있잖아요. 맥락도 뜬금없고 왜 해야하는지도. 어떻게 만들어진지도 모르고 경영진만 아는 상태에서 덜컥 방송이 나간 거죠.
경영진이 '<PD수첩> 집요하게 공격했던 게 뭐냐. 위험하다, 데스킹도 없고 절제도 없이 게이트키핑 없이 막 낸다 위험하다'는 거였잖아요. 그것과 뭐가 다르죠? 윗분들이 제작하면 상관없나? 그건 아니잖아요. 필요하면 막 내버리는 게 도구화 돼있다는 거죠. 기자 한 명이 뉴스의 수십 개 리포트 중 하나를 방송할 때도 발제를 해서 선배에게 얘기하고 데스크와 상의하고 부장이 편집회의에 보고하고 회의를 거쳐 '어느 뉴스에 냅시다'는 과정을 거치는데, 아무도 기획한 사람이 없는데 방송이 되는 건 대체 뭐냔 말이에요? 이런 장면 자체가 MBC가 외면받는 여러 이유 가운데 상징적인 것 아니겠나 생각해요."
"김재철 사장 무혐의, 임기 말 털어주기 느낌"- 지난해 파업의 최대 목표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고 정권교체 실패로 점점 어려워졌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평인데요. 일각에서는 정권에서 원하는 것은 김 사장 같은 사람이지 김 사장이 아니고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해임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내가 얘기하기 어러워요. 기자회장으로서는 더더욱 할 얘기가 아니고. 해임 가능성? 차별화? MB정부때 황폐해진 분야 가운데 대표적인 게 언론이라고들 하잖습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권 초부터 YTN부터 시작해서, 국민일보, 연합뉴스 기자가 다 파업을 하는 그런 일이 벌어졌죠. 기대를 당연히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바뀌는데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간다는 것은 쉽게 말해 언론에 대한 철학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죠. 어떤 조치가 되었든, 구체적으로 이 회사는 이러고 저 회사는 저러라 하는 건 맞지 않는 일이지만 새 정부는 새 정부의 언론관이 뭐라는 걸 보여주는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생각해요. 근데 아직까진 모르겠어요."
- 대통령직 인수위가 출범한 지 3주 정도 되었죠.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언론관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박 당선인의 언론정책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당선인 이 분이 어떤 언론관을 갖고 있는지 한번도 노출하거나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없는 건지 안 보여주는 건지 모르지만 없는 거라면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라면 보여주기를 바라는 거죠. 민주 사회에서 언론이 해야되는 부분이 있다는 건 모두 아실 거고, 이렇게까지 언론 분야가 망가진 상황인데 그냥 그러고 간다는 건 현 정부가 언론에 가해온 이런 것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는 얘기잖아요? 오너있는 회사의 문제를 다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공영방송은 공공재잖습니까? 뭔가 밝혀야죠.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잖아요. 사장도 정상이라고 말하진 안잖아요. 정상이라면 거짓말이죠. 이런 상황에 대한 조치가 있길 기대하고 촉구하는 거죠."
- 지난해 MBC노조가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는데 며칠 전 무혐의 처리 되었죠. 이것을 어떻게 보십니까?"의심은 하고 있죠. MB가 자신에게 누구보다 우호적이었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충성해준 사장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수사 하라하라 몇 달째입니까? 반년 지났죠. 느닷없이 갑자기 무혐의 처리했잖아요. 아마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은 계속 수사될 겁니다. 굉장히 구체적인 근거를 많이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는 건 임기 말에 털어주기 느낌이라고 밖에 볼 수 없죠."
- 언론의 존재 이유가 권력의 비판과 견제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그러나 현재 언론 특히 MBC를 보면 권력 비판과 견제가 아니라 정권의 홍위병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현제의 언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오너있는 신문은 얘기가 다르겠죠. 조중동이 보수의 이익을 대변해왔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고, 한겨레·경향이 상대적으로 진보 쪽의 목소리 대변한 건 사실이죠. 작년에 도드라지게 문제 된 게 MBC 아닙니까? 전파라는 공공재를 다루는 곳이고 광고로 먹고사는 회사지만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죠.
KBS, MBC가 어느 쪽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에서 공론의 장 역할을 충분히 했느냐에 대해서는 점수가 굉장히 낮은 상황이 된 거죠. 권력에 휘둘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선거 보도에서도 특정 진영 옹호하는 듯하고 당선을 바라는 듯한 보도 행태가 계속됐잖아요. 특히 공영방송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가 어느 때보다 들지 않았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별로 기대를 안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 믿지 않는다, 그런 분 많잖아요? 안 본다는 분 부지기수인데. 그래서 사장의 선임구조 그런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의 구조라면 정권이 누가 잡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위험한 상황이죠."
"박근혜 당선인의 언론관 있다면 보여달라"- 대선이 끝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갑니다. 박근혜 후보 당선은 언론장악의 결과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언론 탓할 문제가 아니다란 견해가 있는데 김 기자께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언론장악의 결과라고 보는 분 많은 것 같아요. 안 했으면 아니다라고 뒤집어서 단정할 순 없지만 득은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KBS 득도 봤고, MBC 득도 봤고. 이건 양립할 수 없는 문제다. 둘 다 맞는 것 같아요. 언론과 상관없이 다른 부분, 차원에서도 얘기돼야죠. 언론 장악의 득도 봤지만 그게 다냐, 진보 진영에서 확신을 많이 주지 못했고, 청사진을 더 제시하지 못한 것 같아요. 둘 다 맞는 것 같고 단정해서 할 얘기가 아니죠. 이런 얘기 나오는 것 자체가 기자들은 아프죠. 제대로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잖아요. 저희에겐 반성해야할 부분이죠."
- 대선 직후 진보 쪽에서는 87년 '한겨레신문'이란 언론을 창간했듯 국민모금으로 방송사를 살립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방송 기자로서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십니까?"제가 MBC에 몸 담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런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기존 매체가 만족을 못 시켜준다는 거니까. 뒤집어보면 누구보다도 신뢰와 권위를 가져야할 매체들이 그런 걸 못 주고 있다는 얘기죠. 감히 부탁드리는 것은, 선택을 하라는 게 아니라, 공영방송사, 기존 언론이 제대로 되는 게 우선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운동을 하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성의 차원에서 봤을 때 이런 게 필요가 덜 한 언론환경이 먼저 되면 훨씬 더 좋은 것이겠죠. 오죽 못 믿었으면 국민이 모금했을까 생각하면 이건 아픈 얘기죠. 저희가 좀 더 잘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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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김현희 방송, 경영진만 알고 덜컥 방송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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