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사독거사 세미나에서 강연하는 사회학자 우에노치즈코(上野千鶴子) 씨(왼쪽), 독거사에 대한 야베타케시(矢部武) 씨의 책 ≪혼자 죽어도 고독하지 않다≫
이윤옥
그는 말한다. 평상시에는 24시간 방문간호를 받다가 죽음에 임박해서 가정부를 들인다면 1개월에 45만 엔(약 646만 원) 정도로 서비스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말하자면 복지시설 따위에서 보낼 것이 아니라 정들었던 자신의 집에서 숨을 거두자는 소리 없는 주장인 것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고독사(孤獨死)'가 아니라 '자립사(自立死)'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즈 도쿄지국기자 출신인 야베타케시(矢部武) 씨는 <혼자 죽어도 고독하지 않은 자립사 선진국 미국>이라는 책을 통해 "독거사(獨居死)"를 넘어 "자립사(自立死"로 까지 죽음의 문제를 확대하고 있다. 야베 씨는 이 책에서 캘리포니아에 사는 70살의 남성은 자기보다 더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데 자신이 더 늙으면 베풀었던 봉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독거사(獨居死)'는 생활고를 비관하거나 고독하여 자살하는 한국의 "고독사"와는 약간 성질이 다른 죽음으로 '명대로 살다 죽음을 집에서 맞이하자'는 뉘앙스가 짙다. 그래서 '자립사(自立死)'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 저 자녀 가족인데다가 유학이다 뭐다 해서 식구들이 함께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노후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복지시설이 잘된 선진국의 경우 10명 가운데 9명은 노인시설로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보호 받는 "의존사(依存死)"를 하고 있지만 이제 그것 보다는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죽음을 맞이하자는 "자립사(自立死)" 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어떠한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이미 일찍부터 나돌고 있다. 나이 들어 풍요로운 경제적 여유를 위해 뛰는 것도 좋지만 평소 고독한 이웃을 챙기고 보살피는 자원봉사가 많이 확산 된다면 홀로 외롭게 숨져가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무연사회(無緣社會) 속에서 "품위 있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 하는 사회적 담론이 시끌벅적한데 우리는 이제 겨우 홀로 죽어간 사람들을 보도하는 단계에 있다. 6개월 전에 죽어 백골이 된 이웃을 누가, 어떻게 챙기고 살펴야 하는지 이제 슬슬 우리사회도 이 문제에 천착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