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자료사진)
유혜준
- 좀 민감한 질문을 던져야할 것 같다. 통합진보당 사건을 거치면서 '경기동부연합'이라 불리는 정파가 유명해 졌다. 거의 공공의 적으로 등극할 정도였다. 안 총장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내가 '경기동부'라 불리는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웃음).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동부연합'은 없다. 통합진보당 내에는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기 이전 재야운동시절부터 생성되어 왔던 의견그룹, 정파그룹들이 있다. 전국연합시절에 각 지역별 연합이 있었고, 연합운동부터 함께 갔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 논의구조가 유지되어 오기도 한다. 또 이것이 기초가 되어 대중적 기반을 만들기도 한다.
전국연합 산하 지역조직인 '경기동부연합'은 이미 해산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활동가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빨갱이'처럼 매우 부정적인 어휘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 일단 편의상 논란이 되었던 정치그룹을 '경기동부'로 지칭하자. 경선부정 사건으로 '경기동부'가 거론되고 공공의 적이 되고 있을 때 이를 방어해 준 사람들도 경기동부의 패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지나치게 은밀하게 활동하면서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만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경기동부'라 지칭되는 정파를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예민한 문제다. 외부적으로는 수구언론의 공세와 낙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봤을 때, 민주노동당 이전에 존재했던 의견그룹들이 당을 만든 후 당적 체계와 질서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온전히 녹아들지 못했던 틈을 이용해 자기의 욕구를 채우려고 했던 경향도 있었다."
- 그 욕구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자기 출세 욕구다. 정파에 상관없이 우리 안에 그런 욕구가 스며들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 욕구들이 확대재생산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 진보정당에 대해 항상 제기되어 온 비판이 고질적인 패권문제다. 개선의 여지가 있나? "친목회에서부터 정당에 이르기까지 자기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반성하고 정리할 수 없는 조직은 유지될 수 없다. 그것을 못하는 운동조직은 사라진다. 어떤 정파이든 간에 내부의 패권적 경향이 강하거나 문제가 많은 조직은 내부에서부터, 대중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노력들,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정파나 의견그룹들이 대중적으로 양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 상황 때문이다. 언젠가는 다시 진보진영의 단결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통합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할 제도적 장치를 잘 만들고 지켜내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될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정치적인 노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파가 차이를 모두 드러내고 실천적으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지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지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으면서 일종의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다."
- 곧 당직선거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적인 당 체계로 정비가 가능한가? 통합진보당 사태의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이미 당원 수는 통합하기 전 민주노동당 수준으로 회복했다. 당 정상화의 가장 상징적인 표현은 지도부를 잘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였기 때문에 당원 투표로 지도부가 구축되는 만큼 안정적인 지도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본다.
- 조직체계 정비하면서 2013년의 핵심과제로 세운 것은 뭔가? "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운동에 대한 당적 지원체계를 강화시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 노동운동에 대한 당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의 관계회복이 급선무일 것 같다. 민주노동당 창당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통합진보당 사태로 많이 틀어졌다. 복원할 계획인가?"당연하다. 다만 시간은 좀 필요할 것 같다."
- 당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는? "아직 확정할 수 없지만 이정희 전 대표와 강병기 현 대표, 오병윤 의원 정도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대선 이후 진보진영 전반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진보의 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지도체계, 조직체계를 복원하면서 추구하려는 진보적 가치는 무엇인가?"지난 통합과정에서 우리의 가치를 진보적 민주주의로 규정한 바 있다. 자주, 민주, 통일과 평등, 생태·환경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21세기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생과 복지, 궁극적으로는 사람 사이의 연대, 공동체 정신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통합과정에서 기존에 민주노동당 강령에 있던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향한다'라는 내용이 삭제되었는데, 궁극적으로는 같은 맥락으로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고 또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은?"각 영역별 핵심 의제를 어떻게 정책 브랜드화 할 것인가의 과제가 남아 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민주당까지 동의하는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진보정책 브랜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생 현장에서 워낙 많은 사안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제별 정책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으로써 현장 대응을 위한 정책기능을 제공하고 법제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통합진보당, 비빌 수 있는 언덕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