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옥 '한두레'연합회 대표
이정환
- 상포계란 이름 그대로 계다. 계주가 돈을 들고 튈 때(웃음), 보통 계가 깨진다. 이에 대한 안전 장치는?"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전 조합원 교육할 때마다 늘 강조했던 말이 있다. '빡빡이가 들고 튈 수 있습니다(웃음). 감시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최근 조합 통장 관리를 위해 논골신협과 업무 협약식을 맺었다. 조합원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조합비 관리 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일정 액수 이상의 돈이 지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한 때 세계적으로 모범적이었던 민간 신용협동조합 '한국신협'이 무너진 것도 사고 때문이었다. 사고가 터지면서 정부 개입이 들어오고 신협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 아닌가. 사고가 나면 무너진다. 다소 속도가 느려도 조합원 결사를 우선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를 소홀히 하고 사업적으로 치우치는 순간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저 저가의 상조회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 처음에는 굉장히 잘하던 곳이 규모가 커지면서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두레는 과연 다를까?"다를 것이다. 우리 지향점은 지역공동체 복원이다. 마을 공동체 운동과 결합해서 상포계를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예로 올해부터 서울시, 사단법인 마을, 서울시광역자활센터, 한국주택관리공단 노동조합, 서울시복지재단 등과 함께 기금을 조성해 고독사를 마을장례로 치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독사'야말로 공동체 해체의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우리 조합은 시군구 단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 조합원 3천명이 넘으면 무조건 분할하려고 한다. 지역을 다시 쪼개 더욱 철저히 지역 공동체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조합원 간 관계를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추구하기 위해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사가 있을 때만, 대형화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나 조직의 관료화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혼인계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장례산업이나 예식산업이나 신뢰의 결핍 구조는 똑같다. 각종 리베이트나 바가지 등 문제의 본질은 같다. 다만 예식산업 특성상 예식장을 이용한다는 전제로는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예식장을 이용하지 않는 혼인 잔치를 하고자 한다. 시장 조사 등 기획은 모두 마친 상태다. 올해 봄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에필로그] '빡빡님'을 감시하기로 했다혹시 이 기사를 부모님이 보실까 걱정이다. 만약 읽고 계시다면 용서해 주시길...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단 A상조업체 계약을 유지할 경우 총불입횟수 120회에 이르려면 앞으로 더 부담해야 할 금액은 552만9000원이었다.
다음은 '한두레'로 갈아탔을 경우. 박 대표는 불입기간이 8년이 조금 넘을 것이라고 했지만, 물가 변동에 따른 변화를 감안하여 불입횟수를 역시 120회로 산정했다. 여기에 납골당 또는 묘지 알선 '소개료' 회수 예상 효과까지 더하니 앞으로 A상조업체에 비해 절반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계산에 이르렀다. 계산기만으로는 당장 해약을 선택해도 될 듯 했다.
하지만 계산기에 잡히지 않는 '경우의 수'도 고려해야 했다. 일단 A상조업체는 '대형'이다. 안정성에서는 아무래도 우월하다. 또한 굳이 구분하자면 '한두레'는 정산 시스템이다. '선택'에 따라 비용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니 A상조업체의 '총액 시스템'이 편리하게 보였다. 물론 중요한 전제가 있다. '추가(바가지)'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계산기에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 신뢰로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 아니, 그보다는 '손님'이 아니라 '주인' 입장에서 대할 문제였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일 아닌가.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에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결론이 나왔다. '빡빡님'을 감시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물론 '인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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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아까워? 그래도 상조회사 갈아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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