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튜디오를 찾은 도담학교 학생들과 김준희 교장 강원래의 노래선물 스튜디오. 오른쪽은 자전거탄풍경과 함께한 아이들의 모습.
황은주
이날의 토크 주제는 '겨울 하면 떠오르는 노래'였다. 1위로 뽑힌 이종용의 '겨울아이'와 학생들이 추천한 김진표의 '로맨틱 겨울'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간극이 있었지만 강원래씨와 패널로 나온 포크 그룹 '자전거 탄 풍경' 멤버들은 대안학교 아이들과의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가수 강원래씨와 김준희 교장과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고 뒹굴고 싸웠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30년의 세월이 흘러 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가수가 되었고, 또 한 사람은 내로라하는 말썽꾸러기들의 집합소인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처음 강원래씨는 친구가 교사가 되었다는 소식에 코웃음을 쳤다고 한다.
"준희가 선생님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만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애가 누굴 가르쳐요."김준희 교장은 권위를 땅에 내려놓은 친구 같은 교장이다. 안 씻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삼아 털어놓고, 아이들과 쿠키를 굽는답시고 밀가루 한 동이를 다 써서 2박 3일 동안 지겹게 먹을 정도로 대책 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기상천외한 김준희 교장을 보며 학생들 스스로도 요리를 배우거나 만화를 그리는 등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한 권의 책을 냈다. 이름하여 <절대 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문제 아들이 검정고시 합격자가 되기까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모아 학교를 만든 것이 작년 3월. 학생 네 명으로 시작한, 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작은 비인가 학교였다. 김준희는 왕따, 가정폭력, 미혼모 등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을 대안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았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이들은 술∙담배는 물론 본드 같은 중독성 약물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결손 가정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조모와 셋이 살던 한 형제는 툭하면 뱉어내는 할머니의 폭언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김준희를 만나 도담학교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들어주느냐,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느냐예요. 충고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거든요. 나도 너와 다르지 않다, 너를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학생들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 일주일에 3회∙오전10시~오후 3시 수업으로 진행되었던 수업은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오전 11시부터 밤 8시, 매일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겉돌기만 했던 아이들이 학교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취미∙예술 활동 위주로 이루어지던 수업도 체계가 잡혀 검정고시반과 각종 자격증 취득반도 신설되었다. 올해 벌써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절대 돼!" 마인드에서 찾아온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