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국 신부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권우성
정작 '신부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대선 결과와 맞물려 '힐링 영화'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 미제라블>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옥천성당 주임신부)는 "우리만 얻어터지는 게 아니구나, 역사 속에 지나간 분들도 눈물을 많이 흘리셨구나 하는 데서 공감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참 더디게 바뀌는 세상이지만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의 이야기다. 당장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움직이면 언젠가는 바뀐다. 그 가운데는 우리 세대가 맛볼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위해서 늘 싸우는지도 모른다. 앞서 간 사람들이 쌓아놓은 그 위에 우리가 서 있고, 우리가 스러진 그 자리를 밟고 또 다른 이들이 역사를 그려나갈 것이다. 그렇게 이어져 우리가 있고, 다음 세대가 이어질 것이다."
"유신은 선거로 의기양양해졌다"지난 14일 오후 7시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는 "다시 5년, 김인국 신부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의 신년특강이 열렸다. 그는 '이명박 5년' 동안 4대강 파괴,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 강정 구럼비 싸움 등의 현장에서 거리를 성전 삼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편에 서 왔다. 때문에 대선 결과가 더욱 가슴 아팠다고 고백했다.
"너무나 억울하다.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가 아니라 꼭 이겨야만 하는 선거였다. 지난 5년은 천주교의 역사에서 특별했다.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길거리에서 미사 드리는 일이 가능한가라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예수님도 길에서 살았다는 말로 깨끗이 정리됐다. 눈물과 한숨으로 밤을 지새우는 분들을 일상으로 보내드려야 했는데…. 앞이 캄캄하다. 삼성이 특검으로 도리어 위풍당당해졌듯이, 유신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의기양양해졌다."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받아 삼성의 천문학적 비자금의 실체와 전방위 불법 로비를 폭로하면서 경제민주화의 포문을 열었던 김 신부는 당시 사건에 대해 "괜히 했다 싶다"고도 말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보편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삼성은 경영권의 승계가 완료됐고 지하자본도 상속으로 가져갔다. 너무 많은 선물을 가져갔고 우리는 지독한 무기력감에 빠졌다. 자본의 무시무시함을 어렴풋하게 느꼈을 뿐 얻은 게 하나도 없다. 예전에는 삼성이 들킬까 봐 무서워서 몰래몰래 하던 게 이제는 다 들켜도 상관없이 돼버린 꼴 아닌가. 마찬가지로 70년대 유신정권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긴급조치 등의 별의별 수단을 썼지만, 이젠 그런 것 없이도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응징하고 심판하고 처벌해야 될 것들이 안 되고 있다. 다시 5년 악랄한 반복을 참고 견뎌야 한다." 대중의 표심에 대해선 "공공적 대의보다는 개체적 안정에 대한 강력한 열망, 강자에 대한 선망, 전체주의적 질서에 대한 동경 등이 분출되었다"며 <한겨레>의 이계삼 칼럼을 인용한 뒤, "사람들이 기가 많이 꺾여 사는구나"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따라서 경제적 공황상태가 본격화되면 생존경쟁은 살벌해질 것이니 명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