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3> 미국 2012회계 연도(2011년 10월~2012년 9월) 재정 수지 집계 결과 (자료 : 미국 재무부, 단위 : 달러)
김성훈
미 대통령 오바마는 2013년 1월, 정부 재정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연 평균 600억 달러 정도를 증세하고, 동시에 최대 12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감축하여 연간 18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여갈 예정이다. 연방정부 파산 사태를 막으려는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사이의 협상 추이를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미국 정부는 재정 지출을 대규모로 줄여야만 할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소비여력도 없는 지금, 정부까지 지출을 줄이면 경기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만약 셰일가스 개발로 2015년 기준 최대 285억 달러의 세금 수입이 늘어나고 500억 달러 정도의 투자가 증가한다 해도, 산술적으로 이 효과는 미국 정부의 긴축재정 충격을 다소 완화해줄 정도의 규모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표 2>에 제시된 경제 효과에 셰일가스 생산 확대의 부정적 여파는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셰일가스 생산이 확대될 경우 가뜩이나 경기 위축으로 위기에 몰린 태양광, 풍력 발전 등 대체에너지 산업이나, 석탄관련 산업이 유탄을 맞고 쓰러진다. 대표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직접 방문하여 연설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 박막형 태양전지 업체 솔린드라(Solyndra)는 2011년 9월 파산하고 11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2012년 7월에는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던 석탄기업 패트리엇 코얼(Patriot Coal)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미국 석탄 수요가 1998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여파다. 환경 파괴 논란이 가중되는 것도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차질을 줄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셰일가스가 2~3년 내에 미국 경제를 장기침체에서 구원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망상에 불과하다.
개발 이면에 숨겨진 미국의 속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미국 언론들과 석유자본, 그리고 관료들은 셰일가스 개발이 미국, 나아가 세계 경제를 부흥시키리라 기대를 표명하면서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뉴욕타임스>를 인용하여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거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뉴욕타임스>는 에너지 회사들이 자기들끼리 "셰일가스정은 거대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투자자에게는 유망한 사업이라 선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여러 번 겪은 각종 '거품'의 초기 양상과 유사하다. - 한겨레 2012. 12. 30.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의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조금이라도 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지금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를 감당하지 못해서 부채상한선을 임의로 늘리는 촌극을 빚고 있고, 신용평가사들이 또다시 미국 국채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경제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미국 국채의 신뢰도는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급격하게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세계 언론들의 셰일가스 관련 장밋빛 보도들은 미국 경제의 실상을 은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미국의 '국가 부도 사태'를 지연시키는 데 미약하나마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에너지 수출'에 국가 재정을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나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대륙 반미성향 국가의 정치, 경제력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크게 늘려 원유 수입을 줄이고 한국과 같은 군사동맹국을 대상으로 가스 수출에 나서면 원유나 가스를 수출해온 에너지 부국들은 재정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에너지 유통업체인 체니어(Cheniere)사는 한국가스공사와 2017년부터 20년간 매년 350만t의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대신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 역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반대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2013년 1월 9일, "에너지 수출에 의지하는 독재자들은 은퇴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며, "전체 국가 수입의 60%가 에너지 수출에서 나오는 러시아로서는 천연가스 판매 감소는 정치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미국은 아예 가스 수입 의존국들에게 셰일가스 개발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려 한다. 유럽에서 유독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도 러시아의 영향력을 거세하려는 미국의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는 만큼, 러시아와 같은 가스 수출국들의 재정 수입도 타격을 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잘 아는 러시아는 미국의 셰일가스 공세에 대응하여 셰일가스 추출 기술 확산을 억제하는 시도를 하거나, 엑손 모빌 등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압박하고, 나아가 셰일가스 개발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지원하는 식의 대응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속내는 실현가능할까? 그러나 위와 같은 미국의 정치적 기도 역시 장기적으로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셰일가스 개발 열풍은 장기간 미국의 경제 현황을 은폐할 수 없다. <Powers Energy Investor>의 편집자인 빌 파워스(Bill Powers)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거품은 2008년에 터진 미국 주택 거품과 흡사하게 끝날 것이고, 미국의 셰일 가스는 10년 이상 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상은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Boom & Burst가 있다, 붐이 있으면 펑 터지게 되는 것이다"라며 "미국의 셰일가스에 달려들었던 운송사업자나, 인디펜던트, 아파치 등 중견기업들은 주식상장도 하고 해서 투자도 대단히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주가가 폭락해버렸다, 엑손, 셸, BP, 텍사코, 토탈 등 석유 메이저를 제외한 셰일가스 개발자들은 다 망해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산업에 거품이 형성되면 반드시 터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 법칙이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오히려 거품의 이면에는 또 다른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셰일가스가 상대적으로 매장지역이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미국의 속내를 실현하기 어렵게 만든다. 매장지역이 고르게 분포된 조건에서 미국이 러시아 등을 고립시키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전파할 경우, 오히려 미국의 에너지 독점이 무너지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련 기술을 전파하지 않고 독점하더라도, 에너지 자립을 향한 각국의 셰일가스 개발 투자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에너지 독점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경제를 구원하고 패권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망상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진실은 아무리 가리려 해도 드러나는 법이고, 깨져버린 항아리를 되돌릴 수는 없다. 미국은 이미 물이 줄줄 세고 있는 거대한 항아리와 같다. 미국에게 셰일가스 개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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