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임
뿐만 아니라 MB정부에서는 국민들과의 소통마저 단절됐다. 청와대 직원의 이름은 공란으로 처리 돼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고, 설령 물어본다 하더라도 자동응답으로 바뀐 청와대 전화에서는 단 한번도 회신이 오지 않았다(이건 필자의 경험이다). 막무가내식 비공개, 과도한 비밀주의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처사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박근혜 인수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수위에 함구령이 떨어지고, 밀실 브리핑이 진행되자 필자는 인수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원칙도 없이 무조건 비밀이라는 인수위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어서였다.
청구 당시에는 인수위 누리집도 없어서 주소도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냈다. 이후 누리집이 열렸지만, 주소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정보공개청구가 제대로 접수됐는지도 물론 알 수 없었다. 하기야 함구령 떨어진 인수위 사람들에게 답변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정부3.0'을 제1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 3.0은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통한 국정운영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녀는 당선인이 되자마자 불통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유는 고사하고, 공개조차 안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3.0 개념의 전신이 되는 정부2.0·웹2.0 에서는 집단지성과 업무과정에서부터의 국민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논의와 결정은 인수위에서 하고, 정책도 인수위에서만 만든다는 인수위의 이런식의 태도는 국정에 참여하는 국민들을 믿지 못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공약을 자기가 위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을 우려했다. 소통이 단절된 권위적인 통치를 걱정했다. 의사결정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게 민주주의다.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소통의 시작이다. 혼자서만 결정하고, 결정의 과정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독단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고, 제 할 말만 하고 입을 닫는 것은 소통이 아닌 통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봤을 때 우려와 걱정이 현실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래서 이야길 많이 듣고, 또 대화하길 좋아하는 대통령을 바란다. 솔직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대통령을 바란다. 사람들을 보지 않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사람들과 말하지 않는 대통령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국민들을 바라보지 않는 면벽수행, 국민들에게 입 닫는 묵언수행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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