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서 작업을 기다리는 금강호. 밧줄로 선체를 고정해놓고 있다.
조종안
위 사진은 고장 난 스크루를 수리받기 위해 전북 군산시 금암동 신진 조선소(대표 나동문) 앞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는 금강호(15톤)의 모습이다. 금강호 선명(船名)은 도선사(pilot)를 실어 나르는 도선선(pilot boat). 도선사는 항구에 입항할 외국의 중·대형 선박에 승선, 선장으로부터 업무를 인수받아 배를 부두에 안전하게 접안시키는 사람으로 '선로 안내인'으로도 불린다.
선체는 작지만, 새끼 호랑이처럼 위엄있어 보인다. 밀수를 단속하는 경비정처럼 빠르고 힘도 세게 생겼다. 승무원들이 배에서 밥도 해먹고 잠도 잔단다. 의식주 해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승무원은 선장을 포함해서 두 명. 방도 두 개나 있다고 한다. 방은 작아도 7~8명이 숙박할 수 있단다.
부릿지(bridge)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분홍색 기(旗)가 눈길을 끈다. 나 대표 설명에 의하면 도선사를 상징하는 기라고 한다. 도선법에 도선선은 기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도선선임을 알리기 위해 선체 외부를 흰색으로 마감하고, 측면에 검은색 영문으로 표시한 'PILOT'도 도선법 규정에 따른 표기란다.
고장 난 선박을 육지 선대로 올리는 과정
신호와 함께 작업이 시작됐다. 스위치를 켜자 윈치(자아틀)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밧줄이 도르래를 통해 선박에 엮인 동아줄을 잡아당긴다. 옛날에는 기름(구리스)을 발라서 사용했다 한다. 그런데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 선대(船臺)의 받침대만 철거하면 내려가게 돼 있다고. 그래서 조선소 선대는 경사지게 설치한단다.
도르래와 밧줄을 이용, 선대를 수면 아래로 내려보내 배 밑바닥에 고정하고 선체를 육지로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이날은 1시간가량 걸렸다. 모든 작업은 수신호로 이뤄지는데, 물속에 잠긴 선대를 배 밑바닥에 고정하는 작업을 한 번에 끝내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서너 차례 거쳤다.
바다 밑, 갯벌에도 육지의 윈치와 밧줄로 연결된 도르래가 묻혀 있다고 한다. 짠물에 쉽게 상하거나 녹슬지 않는지 궁금했다. 나 대표는 "700년 가까이 제 모습을 간직한 신안 해저 유물에서 알 수 있듯 도르래가 갯벌에 묻혀 있으면 산소가 통하지 않고, 개흙이 윤활유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간다"며 "일이 없는 날에도 밧줄을 연결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계도 사람이 조종하고, 신호도 손으로 이뤄지는 등 전통 방식 같다는 말에 나 대표는 지금도 중소형 조선소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배 톤수에 따라 도르래 크기와 개수 등이 달라진다고. 15톤 이하 작은 선박은 도르래 하나로도 가능하지만, 20톤 이상은 두 개, 중·대형은 5~6개, 선박용 크레인이 동원되는 배도 있다고 한다. 밧줄 굵기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