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청와대
그렇다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사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식적인 요건과 절차에 따르기만 하면 아무런 제한없이 행사될 수 있는 것인가. 우선 탄핵 결정을 받은 사람의 경우 징계사면(사면법 제4조)은 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헌법의 경우에는 명시적 규정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면권은 사법부의 재판권에 대한 예외를 두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권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행사되서는 안 된다는 내재적 한계를 갖는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사면권의 행사가 논의되거나(일반사면의 경우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공소권이 상실되는 것이므로), 판결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사면권이 행사되는 것을 극히 피해야 하는 이유다. 사면권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형이 선고된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사면권의 대상이 되도록 하자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사면권의 행사도 국가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공공성과 형평성이 지켜져야 한다. 사면권의 행사자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이뤄지거나, 특정인이나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면 사면권 행사가 지나치게 남용되는 것이다.
사면권 행사,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사면권의 행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거나, 법무부장관이 특별사면을 상신할 경우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긴 하다. 그러나 사면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별사면의 경우에도 사면대상을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위원회를 구성(가능한 입법부·사법부·행정부에서 추천한 일정수의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임)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사면권을 행사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아무런 제한도 없이 사면권을 행사도록 하는 것은 사면권이 갖는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사면권의 행사가 법에 위반되거나 그 한계를 벗어난 경우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면권의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시적 절차를 위반하거나 사면권의 명백한 한계(사면권의 행사가 공공성을 상실하거나 형평성에 반하는 경우 등)를 벗어났을 때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통해서 사면권의 행사를 무효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국가권력의 행사는 법치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이 국가기관의 권력행사를 따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권력의 행사에 어떠한 제한규정이 없다고 해서 무소불위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국가권력의 행사가 사적으로 남용돼서는 결코 그 정당성을 확보될 수 없는 것이고, 국민들이 그러한 권력행사에 따라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삼권분립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이 확립된 상황에서는 권력분립의 예외인 사면권이 꼭 필요한지도 되새겨 봐야 한다. 그리고 사면권이 행사되더라도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