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헌정회육성법 개정법률안 제안경위
참여연대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 연금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 높이던 자들 상당수가 3년 전 연금법의 개정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2010년 2월 연금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191명 의원 중 187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반대한 2표는 당시 이용경(창조한국당), 조승수(진보신당) 의원뿐이었다.
이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까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찬성표를 던져놓고 3년이 지난 지금 늘어놓는 변명이 예산안만 통과됐을 뿐이라는 소리다. 당시 국민들이 더욱 분노한 것은 조용히 법안이 통과되고 정작 사실은 6개월이나 지난 8월이 되서야 이슈화 됐다는 점이다.
범죄자도 연금 받을 수 있는 사회
2010년 개정안은 겉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놀랍다. 이 개정안으로 기존에 '금고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자'는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규정이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의원 재직 중 각종 비리로 구속이 됐어도 집행이 끝난 헌정회 소속 65세 이상 전 국회의원이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명단은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된 A의원, 2007년 골프장 인허가 로비 혐의로 구속된 B의원도 현재 헌정회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검색되고 있는 65세 이상 연금대상자다. 실제 이들이 연금을 받고 있는지 유무 확인을 위해 국회와 헌정회 측에 전화 확인 요청을 하였으나 '개인정보법' 관련으로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얼마 전 주요위원들의 해외출국으로 논란이 됐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 조사관은 "매년 실제 연금 수령을 받는 전 의원들의 명단을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결산 과정에서 필요하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이 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도 2010년 개정을 통해 문제될 것은 없다.
아쉬운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는 연금이지만 실제 국민들은 문제되는 전직 의원들이 연금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조차 없다는 점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과거 정보공개요청을 했으나 똑같이 개인정보법 문제로 개인명단이 아닌 전체 수령인원만 보고 받을 수 있었다. 100억 원이 넘는 예산만 던져주고 헌정회에서 잘 쓰고 있는지 누구 하나 감시할 방법이 없으니 의원 시절보다 더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연금법 문제 과연 이번에는?국민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가득하다. 하지만 그 중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의원들과 의원직 이후 생활형편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연금을 주는 것 자체를 절대 반대하기보다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연금 법안이 되길 바란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연금법 개정은 여야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이뤄질 것이다"며 "특권을 없애기 위해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 말대로라도 모순은 많다. 국민들의 요구는 불합리한 기존 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것이지, 현 의원부터는 안 받겠다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은 국회 단독결정이 아닌 국민 여론과 사회 단체나 학자들의 의견들을 종합해서 반영하는 것은 무리일까? 무조건 적인 폐지가 아니더라도 재직 중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내거나 받는 금액을 기타 연금과 형평성있게 맞춘다면 국민들도 쇄신의 노력에 박수를 칠 것이다.
3년간 언론과 국민은 무엇을 했나?2010년 8월 뒤늦게 연금법 통과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언론들은 기사를 썼고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국민들은 분노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한 달도 안돼 이에 대한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본분을 망각한 국회의원들을 탓하기 전 사회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언론 그리고 '냄비'처럼 금방 데워졌다 식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가 있다. 2010년 그때 그대로 이번에도 흘러간다면 특권을 지키기 위한 여야의 담합은 계속 될 것이다. 이후 이 법안에 대한 관심은 '또' 금방 묻히며 권력자는 기존과 똑같이 국민을 대할 것이다.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권력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일시적인 촛불집회나 집단시위가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표로 연결되는 행동이라는 점을. 3년 전 언론과 국민들이 끈기있게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이들에게 연금법에 대한 모순과 문제를 알렸다면 지금까지 법안은 계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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