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에 도착한 굴 채취선. 갑판에 굴이 가득 실려 있다.
이돈삼
거칠고 힘든 일상이지만 주민들의 입가에는 시종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굴 덕분이다. 그 사이 배 한 척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온다. 갑판에 굴이 가득 차 있다. 굴이 곧바로 작업장(굴막)으로 옮겨진다.
굴막에선 아낙네 네댓 명이 굴을 까고 있다. 사람 키만큼이나 하는 줄에서 굴을 하나씩 떼어내 속살을 발라내고 있다. 조새를 놀리는 솜씨가 능숙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속살만 쏘-옥 빼낸다. 달인의 경지다.
두툼한 껍질 속에 들어앉은 통통한 굴이 먹음직스럽다. 우윳빛을 잔뜩 머금었다. 군침을 흘리는 걸 눈치 챘을까. 한 아낙이 깐 굴 한 알을 권한다. 소주 한 잔도 따라온다. 덥석 받아먹었다. 물컹한 속살을 씹는 맛이 좋다. 육질도 차지다. 바다내음도 묻어난다.
"우리 마을 굴은 좋아. 갯벌에서 자라거든. 남자한테 정말 좋은 것이여. 이것 많이 먹으믄 애도 쑥-쑥 잘 낳는당께. 처녀들한테도 좋아. 피부가 미끌미끌 얼마나 좋은디."길손을 앉혀두고 한바탕 벌이는 아낙네들의 수다가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