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로 가는 배위에서 보이는 모슬포항
조남희
"내일 못 나올 수도 있습니다."
모슬포항 대합실의 직원이 하는 말이다. 새해 둘째 날, 나는 마라도 가는 표를 끊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못 나오기야 하겠어?' 이게 내 생각이었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까지는 여객선으로 불과 삼십여 분 거리다. 선상에서 보이는 선명한 산방산과 한라산의 모습을 넋 잃고 바라보다 보니 금세 내릴 때가 됐다. 배 안에는 우리 일행 여자 셋 이외에 남자 셋이 있어서 안심이었다. 그러나, 마라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내린 일행은 우리뿐이었다. 알고 보니 남자 셋은 직원들.
살짝 불안한 느낌이 왔다. 배에서는 불과 세 명이 내렸지만 타는 사람은 150여 명은 되어 보였다. 우리 배는 섬에 있는 사람을 싹 다 긁어서 멀어져갔다.
배에서 내려 금빛 잔디의 마라도를 걸어가는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음식점이 8개 정도 있었다. 민박도 있고, 최근에 생긴 듯한 게스트하우스, 펜션도 있었다. 편의점도 하나 있다.
그런데 가만보니 무엇 하나 문을 열지 않았고, 사람 하나 없다. 관광객들을 가득 태운 마지막 배가 떠난 순간, 마라도는 절간이 됐다. 이럴 줄은 몰랐는데, 그 유명한 마라도 짜장면 한 그릇 먹을 수 없다니.
"근데 우리 오늘 묵을 곳은 어디예요?" 일행에게 물었다.
"기원정사라는 절이야." 이럴수가. 나는 심지어 절간 속의 절간으로 걸어 들어가야 했다. 우리가 묵을 곳은 마라도 끝 언저리에 있는 기원정사라는 절. 기원정사에는 '자발적 유배의 시간, 마라도 창작 스튜디오'라는 건물이 있다. 외부와 단절된 섬에서 창작에 매진하려는 작가들이 주로 머무르는 곳이다.
'자발적 유배의 시간'이라는 건물 간판의 문구를 보는 순간, 생각했다. 내게는 비자발적 유배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