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신종황제(만력제)의 초상화. 북경 북쪽의 명나라 황릉인 명십삼릉에 전시된 그림
김종성
이렇게 자국을 위해 참전했기 때문에 명나라는 스스로 큰돈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조선도 명나라 군대를 위해 돈을 썼지만, 명나라가 부담한 비용은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였다.
임진왜란 당시의 명나라 황제는 신종(소위 만력제)이었다. 1573년부터 1620년까지 무려 47년간이나 통치한 군주였다. 그의 시대에 명나라는 임진왜란을 포함한 3대 출병을 치렀다. 그런데 명나라는 다른 어느 출병보다도 임진왜란에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명나라가 임진왜란 다음으로 돈을 많이 투자한 출병은 양응룡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행동이었다. 임진왜란과 같은 시기에 벌어진 이 출병을 위해 명나라는 10년간 연인원 20만 명의 관군을 동원했다. 이때 투입한 전비는 은 200여 만 냥이었다. 이에 비해 명나라는 임진왜란에 약 11만 명의 관군을 투입한 상태에서 무려 은 780여 만 량의 군비를 사용했다.
임진왜란 10년 전인 1582년에 명나라의 국고 잔액은 은 400만 량이었다. 400만 량의 여윳돈만 있으면 재정사정이 양호하다고 말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금액의 2배 가까운 은 780여 만 량을 임진왜란에 투입했으니, 명나라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명나라는 이 때문에 휘청거리다가 1644년에 멸망하고 말았다.
명나라가 돈을 많이 쓴 것은 임진왜란 참전이 자국의 안보를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명나라는 이것이 조선을 위한 일이었다며 두고두고 공치사를 했지만, 그러면서도 돈을 많이 쓴 것은 그것이 자신들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돈을 쓰지 않으니 자신들이라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명나라가 오늘날의 주한미군을 본다면 '참으로 염치없는 자들'이란 느낌을 갖을지도 모르겠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해외에 나온 군대가 '여비'도 제대로 챙겨 오지 않고 현지인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있으니 말이다. 명나라는 '우리도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는데'라며 혀를 끌끌 찰 일이다.
미국이 해결해야 할 비용, 한국에 떠넘겨서는 곤란 명나라는 자국의 안보를 위한 일이라는 판단 하에 국력이 휘청거릴 정도로 돈을 쓰고 갔다. 미국 역시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그 책임을 한국에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라고 했다.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주둔은 그 목적이 아무리 거창하다고 해도 동의받기 힘들다. 돈이 없으면 규모를 축소하든지 단계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국에 계속 머물고 싶으면, 그 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더 이상은 한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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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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