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을 가다> 표지
네잎클로바
나는 북한 동포들에 대해 참으로 애정이 많은 남한 시민이다. 대학 입학 후 북한동포돕기 캠페인을 하는 선배들을 만나 2000년부터 '금요일 점심 굶기'라고 해서 매주 점심을 굶어서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 탁아소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보내는 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2008년엔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벗들'(이사장 법륜스님)이라는 단체를 통해 북한인도적지원 100만인 서명운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지금도 북한 어린이 돕기 관련한 캠페인이 눈에 보이면 늘 조금이라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북한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북한동포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누구보다도 그들을 돕고자 하는 활동을 해왔지만, 정작 북한동포들을 만나지도, 그곳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늘 마음 한켠에는 지금 북한동포들은 무슨 생각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런 나에게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 "2011년 10월, 2012년 4월과 5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전역을 여행한 내용을 정리해 엮어냈다"는 책 소개 문구에 이끌려 바로 책을 집어들었다. 직접 북한 사람들을 만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동안 상상도 해본 적 없는 북한 여행.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읽어내려갔다.
책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저자 신은미씨는 재미동포 '아줌마'다. 북한은 오직 한국인만 갈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재미동포, 미국인의 신분으로 북한을 여행하게 된 것이다. 북한을 여행하려면 국적을 바꿔야 하나 싶어 시작부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신씨는 여행지 곳곳에서 경험했던 일화들과 그 때의 느낌들을 마치 소설을 읽듯이 구체적으로 그려준다. 단순한 느낌 위주의 수필이 아니라 마치 현장에 가 있는 세세한 설명에 글을 읽는 나도 어느덧 같은 여행자가 된다.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을 곳곳에서 가득 채워준다.
여러 해를 보아왔던 사람들처럼 모든 것이 친근하고 익숙했다.(p37)뿔난 도깨비들의 나라인 양 피하며 살았던 지난 세월이 너무 미안해 울컥 차오르는 눈물마저 부끄럽다.(p76) 신씨가 북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소감들이다. 난생 처음 만나는 북한 사람이기에, 우리는 또 얼마나 반공교육을 받아왔던가 생각하면, 북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긴장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여행 속에서 판판이 깨져나간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군인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김일성 광장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뛰놀고 손을 흔들어주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광장'으로 다가온다. 그 과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굳어 있던 긴장감은 봄눈 녹듯이 사르륵 녹아간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여행을 하며 북한에서 찍은 사진들이 모두 올 컬러로 소개되어 있다. 글을 읽다가 그곳의 사진을 보고, 사진을 보다가 그곳에서 있었던 일화들을 다시 읽게 되어, 더 생생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세상에서 오직 '한국인'만이 갈 수 없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