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재전망대에서 영천마을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저만치 영천저수지도 보인다.
이돈삼
길은 양동마을을 거쳐 영천마을로 이어진다. 차밭 고랑 너머로 보이는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길의 경사가 느슨해지면서 차밭이 여기저기 보인다. 자투리를 이용한 차밭이다. 눈에도 덜 익숙한 짧은 고랑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다듬어진 것보다 마음에 더 와 닿는다.
차나무가 없는 밭은 배추가 차지하고 있다.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다. 쪽파도 자라고 있다. 밭이랑도 구불구불 정겹다. 그 사이 길이 평탄해졌다. 거리도 한산하다. 해찰하는 수꿩 한 마리가 시선을 붙잡는다.
왼편으로 들어앉아 있는 영천저수지가 제법 크다. 겨울바람에 몸 흔드는 하얀 갈대가 저수지와 어우러져 있다. 갈대는 논길에서도 하늘거리고 있다. 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든 개울이 농로를 따라 이어진다. 어릴 적 고향마을 같다. 예쁘다. 풍광도 호젓하다.
길섶에 차를 덖는 집도 있다. 발효시키지 않고 찻잎을 그대로 쪄서 말리고 덖고 있다. 녹차 시음장도 보인다. 봇재에서 양동마을과 영천마을을 거쳐 2㎞쯤 내려온 것 같다. 차밭 전망대인 다향각도 저만치 멀어졌다. 녹차된장을 담그는 집이 보인다. 기와집 앞마당에 장독이 빼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