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투입 대비 결과가 너무 안 나온다"

[이털남 253회] '88만원 세대' 김민수, 윤슬기씨

등록 2013.01.02 17:53수정 2013.01.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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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나아갈 미래를 전망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사회의 청년들이다. 그러나 2013년 현재 우리 사회의 청년 세대들은 밝고 유망있는 희망의 상징이기 보다는 '88만원 세대'로 압축되는, 비참하고도 고통스러운 상징으로서의 삶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2013년 1월 2일 새해 첫 방송으로 20대 초반의 두 청년과 함께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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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김민수씨는 대학에 입학했다가 3개월만에 자퇴를 해서 이른바 '고졸' 신분이다. 김씨는 "대학이 진리의 전당이니 하는 것은 다 없는 이야기고 다들 그저 취업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조금 불쾌했다"며 "돈이 없었고, 남들 다 가서도 고생한다는데 안가도 밥은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고 그러다 보니 더욱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청년 윤슬기씨는 자신을 "보통의 가정에서 보통의 학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23살"이라고 소개하며 "그만둘 만큼의 용기는 없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대학생활의 로망이 없어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 전에는 대학만 가면 입시지옥도 벗어나고 하고 싶은 것도 맘껏 하면서 부모님 간섭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로 가득 찬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가보면 좁은 취업문 때문에 경쟁은 여전하고, 그에 따라 하고 싶은 것도 맘대로 하지 못하고 일찍부터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다. 또한 경제적 부담이 큰 등록금 수준으로 인해 학부모들 고충이 여러 가지로 크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지원을 받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그들의 눈치를 보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윤씨는 "불만을 제기하거나 사회를 개혁하거나, 학교를 개혁할 용기까지는 내게 없었다"며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 그리고 취업 장벽이 그렇게 높고 힘들다는데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하는, 그런 현실적 고민이 많이 와 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로 경제적 상황도 나날이 어려워지고 그럴수록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욕구도 커지면서 부모님의 기대를 꺾을만한 용기가 나기 어려웠다는 것.

반면 김씨는 "선배 세대와 비교해서 비용 대비 성능이 너무 안 나오는 것 같다"며 "취직의 문 자체가 좁으니까 자기가 투입한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안 나오다 보니,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대학에 다시 들어가고 친구들처럼 한다고 해서 과거 세대들이 밟아왔던 중산층으로 가는 라이프 플랜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명문대를 나오고 스펙을 많이 쌓아봤자 좋은 곳으로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사실이 되었고 굳이 그것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


"20대가 뭔가를 결집시키기엔 그들의 현실이 너무 피곤하다"

이른바 '가방끈'으로 상징되는 학벌과 스펙이 취업을 비롯한 미래 자신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것이 이제 확실치 않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대학생들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윤씨는 "좀 더 청년들이 발언하고 뛰놀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정부가 다져주면 보다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년 문제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취업 문제다. 많은 정치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왔지만 현실적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윤씨는 "(정치인들은) 취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면서 너희들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고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좋다고 한다"며 "또한 대기업 일자리와 중소기업 일자리의 현실적인 갭이나 저희의 체감을 등한시하고 그저 고차원적인 접근을 하라고만 하니 저희 입장에서는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자가 경제정책을 어떻게 펴가고 자원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분해서 무엇을 먼저 키우느냐에 따라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수준은 달라진다. 김씨는 "자원들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치할지, 혹은 대기업에서 여력이 안 되면 중소기업에서 어떻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끔 새로운 자원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학문이고 그 학문적 내용을 받아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라며 "마치 엄청난 진리를 갖고 있는 양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너희 20대가 알아야 한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누구는 왜 20대들이 '짱돌'을 들지 않는지, 왜 바리케이드를 치지 않는지, 민중의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하는데 솔직히 저도 참 답답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전체를 아우르고 결집시킬 이슈와 커뮤니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에 대해 윤씨는 "20대가 뭔가를 결집시키고 나서기에는 그들의 현실이 너무 피곤하다"며 "졸업을 하고도 뭔가 경쟁을 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현실이다 보니 20대가 그런 문제를 고차원적으로 생각해보기에는 환경적으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털남 #88만원 세대 #청년 유니온 #윤슬기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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