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2향일암 동백나무 숲에서 새해 첫 해가 밝아오는 모습
김현옥
신달자 시인은 <향일암>에서 "막 떠오르는 해가 날마다 부처님 앞에/ 먼저 문안드리면" 부처님이 되레 자비를 베풀어 한 주먹씩 해를 나누어준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절을 지어 해를 바라는 마음을 빌고, 해는 부처를 향해 절을 하니, 해와 절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곳이 바로 향일암이다.
아직 초승달은 금오산 자락에 걸려 있는데 샛별이 닻처럼 머리맡에 박혀 있다. 검푸른 바다는 수평선 너머로 해를 기다리며 얼어붙은 듯 고요하다. 적막 적요 적멸 적념. 텅 비어 있어 가득한 상태란 이런 상태를 두고 말한 것이리라.
미세한 숨소리와 멀리 통통배 소리를 빼면 사위가 다 적요 속에 든 듯하다. "지속적으로 흘러내려 원천에서 상실된 물을 바다라고 부른다. 바다는 상실된 것의 집합"이라고 키냐르는 말한다. 일출을 보려 난간에 기댄 사람들이 태초의 양수같은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 시선의 뒤에서 동백꽃, 가지를 찢는 소리가 적막을 깨는 듯하다.
그 아뜩한 올가미를 빠져나오려/ 짐승의 새끼처럼/ 다리를 모으고/ 세차게 머리로 가지를 찢고/ 나오는 동백꽃을 이리 가까이 와 보아요/ 향일암 매서운 겨울 바다 바람도/ 검푸른 잎사귀로/ 그 어린 꽃을 살짝 가려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