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전 평화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의 미래와 지도자의 역할' 특강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권우성
지난 해 12월 19일 오후 6시 언저리의 광주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18대 대통령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광주의 현장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대형 TV 부근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이긴다고 나올 경우, 그리고 문재인 후보가 이긴다고 나올 경우, 이렇게 두 가지 경우에 대비해 각각의 반응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야권 성향이 짙은 광주였기에 '박 후보 우세'가 타전될 경우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는 '현실 부정'에서부터 '욕설 난무' 정도였다.
출구조사 결과, 박 후보의 승리(박근혜 50.1%, 문재인 48.9%)가 점쳐졌다. 현장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조용했다. 그러나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는 아니었다. 분노로, 아쉬움으로, 섭섭함으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아무 말 없이 오갔다. 예상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어디서 누구 하나가 '에라이, XX'라고 욕이라도 해주길 기다렸다. 그때 적막을 깨는 한 아주머니의 음성이 작게 터져 나왔다.
"워매… 워매… 어째야 쓰까."'짠한' 감정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던 그 '어째야 쓰까'에 담긴 짠한 정서는 아마 자신이 지지한 후보는 물론,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이, 그리고 함께 그 후보를 지지한 모든 이를 향해 있었을 게다. 그리고 상상하건대, 32년 전 5월, 금남로의 전남도청·전남대·조선대·광주역·양동시장 그리고 이름 모를 골목 곳곳이 그 '어째야 쓰까'로 가득 찼으리라.
12월 19일 밤이 깊어 갈수록, 대한민국은 유권자 절반의 가슴이 허해졌지만, 광주는 32년 전 그날처럼 대부분의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32년 전 그 동네, '지역감정'이란 말로 표현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