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명창의 생가에서 가야금을 듣다.
김종길
아이를 마루에 오르라 하더니, 냉큼 방에 들어가서 가야금을 내어온다. 가야금 앞에 아이를 앉히고 사랑스러운 제자를 가르치듯 아리랑 한 곡조를 함께 연주한다. 아이는 신기한 듯 어색한 듯 그저 생글생글 웃기만 하는데 선생님은 진지하다. 마침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당에 들어서서 이 광경을 보고 박수를 보낸다. 아이는 여전히 쑥스럽고 선생님은 여전히 자애롭다.
오수관, 오태석 부자에서 시작되는 낙안읍성 가야금 병창은 박귀희, 정달영, 장월중선을 거쳐 오갑순, 안숙선, 강정숙, 이영애, 주영희에 이르는 계보다.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 선생으로부터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배워 대성한 명인 오수관의 장남인 오태석은 유명한 국창 송만갑으로부터 판소리를 사사 받고 오수관과 박덕기에게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배운 당대 가야금 병창의 최고봉이자 중시조였다.
정해진 길에서 비켜났음에도 다시 길은 중앙대로로 연결된다. 낙안군수를 지낸 임경업 장군의 선정 비각이 은행나무 아래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낙안읍성은 처음 이 고장 출신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았다가 조선 인조 때 임경업 장군이 토성을 석성으로 다시 쌓은 것으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