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도시 야즈드에서 만난 또 다른 이란 꼬마 남매. 부모가 장애를 가진 걸인임에도 그 표정이 그늘 하나 없이 너무나 맑아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홍성식
소풍 나온 공원에서 자기 몫의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내게 나누어주려던 여섯살 알리, "귀여워서 사진 한 장 찍고 싶다"니 차렷 자세로 포즈를 취해주며 수줍어하던 남매, 함께 놀아준 30분 남짓의 시간에 정이 들어 품에 안겨 떨어지려하지 않던 모하메드, 장애를 가진 걸인 부모를 뒀음에도 표정에 그늘 하나 없어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 또 다른 어린 남매까지.
잊힐 만하면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공공연히 말한다. 최근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이 이유다. 여기서 누구나 덧붙일 수 있는 이 문제에 관한 구구한 정치적 해석과 일방 편들기에 나까지 나서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말만은 해야겠다. 지구 위 어느 민족보다 순박하고 선량한 이란 사람들, 아무런 죄도 읽히지 않는 눈빛으로 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 삶을 반성하게 만든 이란의 아이들. 그들이 고적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세월이 흘러 다시 이란을 찾았을 때도 알리 또는, 후세인 혹은, 모하메드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과 어깨를 걸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의 폭탄은 그들의 집과 일상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 내가 만난 100명의 후세인과 알리 그리고, 모하메드 역시 소리쳐 말하지 않을 뿐 그 명백한 진리를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제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세상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조그만 생선을 잡는 그물처럼 촘촘한 그 관계망을 찢어버리고 나 하나만으로 자유롭고 싶은 날들이 있다. 그런 날이면 이란 사람들의 순수하고, 기품 있는 미소를 떠올린다. 나도 그들처럼 웃고 싶은데 아직은 그게 잘 안 된다. 언제쯤이면 그런 웃음을 내 얼굴에도 그릴 수 있을지.
또 하나의 이야기, 쿠르드족과의 아름다운 추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