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자, 이제 공부합시다

등록 2012.12.23 09:58수정 2012.12.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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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1년 동안 사진촬영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사회학과에서 하는 연중 학술이벤트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이었는데, 돈도 받고 강연도 듣고 점심도 얻어먹을 수 있었던 한마디로 짭짤한 아르바이트였다. 사진을 겁나게 잘 찍어서는 아니고, 담당자에 따르면 내가 찍은 사진 구도들이 신선하고 마음에 들었다고 그랬다.

강연은 한달에 한번 토요일 오후에 열렸는데(토요일, 일요일 이틀 열리는 강연도 있었다.) 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한번 있는데 이때 카메라 배터리를 교환하거나 점심을 먹었다. 비디오 촬영하는 학생도 있어 주로 이 학생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강연하는 사람은 주로 사회학과 교수들이었고, 우리학교 교수들 중에 일본 사회에 잘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이 많아 학교 주변 뿐이 아니라 멀리서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강연이 끝나면 질의응답시간이 있었고, 다음 이벤트나 강연 관련 이벤트 소개시간이 있었다. 공정무역과 관련된 주제의 강연이었다면 학생들이 단상에 올라가 학교주변에서 공정무역상품을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하거나, 강연장 주변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있으니 사가라는 등등의 안내시간이었다. 제법 무거운 주제의 강연인데도 언제나 강연장은 발 디딜틈이 없어 몹시 놀라웠다. 물론 무료 강연이었다.

고령화사회로 이미 진입해버린 일본인지라 객석을 채우는 분들 중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많았다. 메모들을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그게 참 인상적이어서인지 내 사진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메모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어르신들이 강연자를 당황하게 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할 때는 촬영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강연자의 답변을 기다릴 때가 많았는데 한마디로 문화충격의 현장이었다. 

격차사회라는 주제의 강연이 열렸을 때다. 이 행사에는 특별히 중국의 청화대 교수들이 대거 초청되었고, 우리 과 교수들과 일중 양국간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격차'에 대한 내용이 강연과 토론으로 이틀동안 진행되었다. 중국의 격차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그 해결방법은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만해도 난 멍청하게 그런 사회적 격차문제가 일본과 중국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선결과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도 격차문제 해소에 너나없이 나서야하지 않나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정보격차 혹은 지식격차문제는 빈부격차만큼이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지식민주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통령 후보의 토론수준이 저 밑바닥인 나라에서 일반인들의 토론수준은 어떨까 궁금하다. 공부방 운동도 괜찮고, 작은 소모임 운동 같은 것도 괜찮고, 모여서 공부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같이 책도 읽고, 사회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문화 같은 것. 너무 이상적인가?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한테 모여 앉아 공부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시간들, 고민들이 모여 우린 장차 내 지역출신이라서, 혹은 내가 아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내 의견에 귀 기울이는 국회의원,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이다. 한풀이하기 위해 혹은 가업을 잇기 위해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이번 정권으로 끝내고, 정말 국민을 존경하고 국민에게 헌신하는 정치인, 대통령을 우리도 가져봐야하지 않겠나.

지식인들, 학생들이 나서서 강연회도 하고, 소모임 독려운동 같은 걸 했으면 좋겠다. 한달에 한번도 좋고, 일주일에 한번도 좋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처럼 3시간짜리 장시간 강연이 아니라 그냥 20분짜리 30분짜리 모임에서 발마사지 하는 것도 알려주고, 우스개 소리도 하면서 모두가 공부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안철수의 진심캠프에서 진행했던 포럼이 그 취지는 좋으나 타이틀부터가 정보에 소외된 분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포럼'이 무슨 뜻이지 모르는 분들에겐 거리감이 생기지 않겠나. 모이는 공간은 문화센터, 자치센터, 경로당, 지역 도서관 등을 찾으면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 실천했으면 좋은 것들로 어르신들 대상의 컴퓨터 강좌에 덧붙여 스마트폰 활용 강좌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그 비싼 스마트폰을 전화 걸고 받는 데만 쓰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분들이 스마트폰으로 대안뉴스도 보시고, 대안TV도 보시면서 대안언론에도 관심가지셨으면 좋겠다. 소모임 독려같은 지식민주화 운동으로 그 분들이 두려워하는 일들이 사실은 썩은 언론이나 '나쁜' 정치인들의 장난이었다는 게 드러나지 않을까.
#정보격차 #지식격차 #지식민주화 #공부방운동 #소모임 격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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