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18대 대선의 의미와 한국 사회 변동'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홍현진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오래 전에 토론회 참석 부탁을 받고 나오기로 했는데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면서 운을 뗐다. 강 교수는 "선거판 자체가 특정 이슈라든지 후보자 개인적 측면보다는 보수 대 진보라는 진영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양 진영에서 결집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결집시켰다"며 "여전히 한국의 보수가 굳건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야권의 패배 원인에 대해 "내 것을 보여주지 않고 남의 잘못에 편승해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MB가 못하니까 권력이 넘어오겠지' 이걸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집권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특히 야권의 의제설정 능력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많은 신문에서 '50대 유권자', '수도권' 이 두 변수가 선거 결과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생활과 관련된 불안감의 문제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강했던, 강해야만 되는 그런 이슈인데 결국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됐던 이슈인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후보 쪽에서 선점했다. 과거에는 진보가 유리했던 이슈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주지 못했다." 강 교수는 이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적어도 절차적 의미에서의 민주주의는 상당한 정도 실현이 됐다"면서 "그동안 진보진영이 주장했던 거대 담론 이후, 어떤 상품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치세력으로서 진보가 어떤 답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한 절박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야권이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정치개혁이라는 주제만이라도 확실하게 차별성을 갖고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제도적인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겠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것이 국민적인 호응을 받았으면 새누리당도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제는 노무현과 김대중을 어떻게 버려야하는지 고민을 해야한다"면서 "자신을 완전히 버리려고 하는 자기 변신이 없으면 앞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이태호 사무처장은 "모두가 정치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정치개혁으로 유권자들을 조직할 것인가'라는 좌표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안철수 현상'의 꼭짓점에 있는 안철수는 충분히 유능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강원택 교수는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개혁이라는 중요한 화두는 던졌지만 내용적으로는 다소 허접한, 포퓰리즘적인 접근을 했다"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제도적 정치권에 들어가서 대표되지 못한 사람들을 대표하고 새로운 경쟁틀을 만들어내서 기존 정당들을 자극하고 변화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논쟁 자체가 힘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50대의 보수화? 삶의 문제에 밀착하지 못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