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극단 단장인 박범현(18·왼쪽)군과 인터뷰를 위해 함께 방문한 고영직 문학평론가(오른쪽)의 모습
지지봄봄
이 공간에 속한 아이들은 어떨까. 기말고사 기간이었던 12월 초, 현장에는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주로 자율적인 연극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광주고등학교 3학년 이대명(18)군은 "어렸을 때는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처음에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 연극 반에 들어오게 됐다"며 "연극의 연기와 영화의 연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연극을 하고 나서 커튼 콜을 할 때, 조명이 비치고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연극을 해야겠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매일 공부와 성적만을 강조하고, 복장 검사를 일삼는 학교에 화가 나고, 증오하기도 했다는 이대명군은 연극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난 뒤 "꿈이 있다고 하니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고, 친구들도 연극을 보러와 즐거워해줬다"며 "성공한 연극배우가 돼 넓은 곳에서 공연을 학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소년연극단 단장을 맡고 있다는 광주고등학교 3학년 박범현(18)군은 "중학교 때까지 미술을 했는데, 고등학교 입학 때 여러 가지 여건을 고민하다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뒤에 연극에서 길을 찾았고, 나 역시 커튼콜이 올라갈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청소년극단 속 많은 아이들이 취미로 연극을 배우는 것을 넘어 미래의 진로로 연극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재 300여 명이 넘는 연극계 전문 종사자들을 길러냈다. 또 이중 40%가량이 다시 지역에 돌아왔기에 극단 파발극회나 극단 청석에듀시어터 등 전문 극단이 꾸려질 수도 있었다. 이런 선순환구조 덕분에 인구 30여만 명의 광주에는 총 4개의 아마추어·프로 극단이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의 문화예술욕구를 연극이라는 장르로 충족시킬 수 있다"며 "연극의 미래는 대학로가 아닌 지역과 교육에 있다"고 자신했다. 30여 년간 광주 지역 공교육 현장과 연극이라는 문화예술 장르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한 그의 결실이, 사제를 털어서 지은 광주시 '청석에듀시어터'로 빛을 발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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