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하려던 나, 반성합니다

[주장] 2012년 대선 왜 민주진보진영은 패배했나

등록 2012.12.20 09:59수정 2012.12.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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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진보진영은 패배했다. 이제부터 이 패배에 대해서 곱씹을 때이다.

전술적 패배가 아니다

온라인 상에서 끝도 없이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대뜸 친노패권주의를 지적하고, 민주당의 캠페인 실패를 탓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못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전술적인 부분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아마도 그 바탕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5년간의 끊임없는 실정,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 괴로움과 고통, 변화에 대한 갈망, 77%에 이르지 못했지만 기적적으로 높은 투표율, 골든 크로스를 지났다고 할 만큼 여론조사에 보이는 승리의 그림자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조금만 잘했으면, 조금만 더 나았으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아쉬워하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목소리들일 것이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석하려고 하면, 2012년 4월과 12월의 연이은 패배를 다시 반복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의 패배는 전술상의 패배가 아니다.

물론 민주당은 부족했다. 민주당 조직은 힘있게 움직이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은 때론 굼떠 보였다. 민주당은 전략이 부재했고, 단일화 과정에서 어물쩡거렸으며, 선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이끌려 다녔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지금의 민주당에는 그 자체가 한계가 아니었을까?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면, 이렇게 평가하려고 했다. 이번 선거의 일등공신은 이명박이고, 그 다음은 노무현이며, 그 다음은 시민들이라고, 민주당은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이명박은 실패로 자진해서 무너진 것이며, 노무현의 죽음으로 이만큼이나마 판을 만들어냈고,시민들은 그들 스스로 선거를 이끌어갔다.

시민들이 이끌어간 선거


이번 선거는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이끌어간 선거였다. 그들은 후보들을 불러내었다. 문재인을 불러낸 것도, 안철수를 불러낸 것도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자처해서 나선 후보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을 불러낸 것도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것도 시민들이었다. 단일화는 시민들이 강제한 것이었고,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민주당과 문재인을 이끌었다.

문재인은 좋은 후보였다. 좋다는 말을 넘어서 우리가 가지기 쉽지 않은 아주 훌륭한 후보였다. 그에게 투표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그가 살아온 삶을 보라고 말하면 충분할 정도로 훌륭한 후보였다. 때론 시간이 오래 걸렸을지라도,그는 민주진보진영 거의 전체의 모든 기대와 모든 지지를 받아내었다. 일부 합리적 보수 세력을 끌어 안은 것도 그의 힘이었다. 우리는 오래도록 문재인 후보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왜 실패했는가?① 새정치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렇다면, 왜 실패했는가? 뭐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말끝마다 새정치를 말했지만, 새정치가 무엇인지 몰랐다.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순간이 바로 '의원정수축소'에 대한 논쟁 때였다. 이때, 소위 정치를 안다는 사람들은 안철수가 잘 몰라서 그렇다고, 그가 정치적으로는 미숙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고, 권력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오만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 논란은 문재인 후보가 받아들이는 몸짓을 취하면서 슬쩍 넘어갔다.

모두가 새정치를 원했지만, 그러나 새정치가 무엇인지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 안철수 후보의 마지막 지원유세에서 보여준 만민공동회 같은 모습이었다.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새정치는 땡땡땡이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이었다.

새정치가 정치현장에서 권력구조의 변화인지,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한계에 부딪힌 대의제도의 개편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제구조의 구축인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이 보여주는 것처럼 경제구조의 재구축 자체가 정치 그 자체다. 아니면 사회세력관계의 재편인지 아니면 정치인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새로운 모습과 자세인지. 이들 중 하나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인지. 단언하지만, 새정치가 무엇이라고 시민들 앞에 보여주고, 시민들을 설득해 낼 수 있는 사람만이 우리를 이끌어갈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 실패했는가?② 김대중-노무현 프레임의 한계, 민주화 프레임의 한계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것이 민주화 운동과 그 힘, 민주진보정권 10년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10년이었다고 자부한다. 그 10년이 자랑스러웠다는 사실은 지난 5년과 앞으로의 5년이 입증해 줄 것이다.

민주진보정권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성과와 한계를 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다면 우리는 그 정권을 무엇이라고 부르려고 했는가? 시민정부, 국민연대? 민주진보정권 3기?

선거가 진행되는 기간 내내, 특히 막판에 정책은 실종되고 네거티브가 판치는 선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 속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이 프레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책이 실종되었다는 비판이 뼈아픈 것만은 사실이었다.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세하고 꼼꼼한 정책들이있었다. 그러나 나열된 정책들을 하나로 꿰어서 문재인 정부는 무엇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이것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었다.

사실 정책의 큰 기조는 햇볕정책과 신자유주의로 인해 심화된 어려움을 누그러뜨리려는 복지정책의 강화였다. 상대방의 정책보다는 나은 것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의해 설계된 복지정책에 진보진영에서 제안되어오던 정책들을 배합한 것이었다. 중도를 잡아야 한다는 말들 때문에 근본적인 방안은 그 이상 생각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감정적으로도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이어져 있었다.지난 16일(토) 2차 '광화문 대첩'의 사회자 탁현민 교수가 한 멘트는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우리의 눈을 적셨다. "노무현 대통령님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는 우리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상 적절한 표현은 없었다. 우리는 모두 어떻게든 해보려 했던 것이다. 문재인도, 안철수도, 오마이뉴스의 대선 올레도, 나꼼수를 앞세운 수많은 팟캐스트 진행자들도.

그것 외에 가지고 있던 것은 진정성 하나뿐이었다. 이번에 맡겨 주시면 정말 잘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나선 우리 후보는 참으로 진정성이 있으니,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니 그에게 맡겨달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그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신임을 얻지 못했다.

설득력이 필요해서 예를 들었다. 박원순 시장을 봐라. 시장 하나를 바꾸고 나니 서울시가 얼마나 달라졌는가. 시립대 반값등록금, 서울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말했다. 그러나 아직 성공하지 못한 예들도 많았다. 이광재 지사의 낙마(강원), 최문순 지사의 고전(강원), 헤매고 있는 송영길 시장(인천), 대선에 출마한다고 직을 사퇴한 김두관 지사(경남),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는 이시종 지사(충북), 잘하고 계시겠지만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안희정 지사(충남).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을 차지했으나 무엇인가 보여주지 못한 모든 지역에서 패배했다. 단체장들이 중간평가를 받은 것이다. 비상한 각오로 각자 시정과 도정을 고쳐나가지 못한다면, 2년 후의 지방선거에서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인천시민으로서 말하지만, 송영길 시장은 아시안게임 반납하고, 주경기장 건설 접어 버리고, 새로운 접근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토건의 늪에 빠져버렸다.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GCF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내일부터 전혀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TV토론에서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종종 참여정부의 실패와 잘못에 대해서 사과했다. 그리고 상대 후보에 대해 왜 당신은 사과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당당하고 옳은 주장이었다. 그러나 말이다, 무엇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사과했는가? 양극화의 시작, 집값 폭등,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되었을때, 그 원인을 시대적 담론 탓으로 돌렸다. 아마 이런 것들을 사람들은 친노패권주의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옛날 방식으로 그때 그 사람들이 조금만 고쳐서 해보겠다는 작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얼마 후부터 사석에서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 사과하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직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예로 들어봐도, 기껏한다는 이야기가 공공부문에서 먼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정도로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비정규직을 제도적으로 없애겠다거나 아니면 비정규직에 대한 보다 많은 임금 혹은 비정규직에 대한 특별한 사회적 안전망을 약속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유지되고 지속되어오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신자유주의의 틀 안에서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도전할지 제시하지 못했다. 그것이 문재인 후보, 민주진보진영이 가진 한계였다. 경제구조에 대한 고민이 없이 대기업과 재벌의 지배구조를 좀 뜯어고치고, 서민경제로 파고드는 부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 영역을 확보한다고 해서 그것이 큰도움이 되리라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겠는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겠는가? 그런 말들이 다가오지 않을 만큼 피폐해지고 허리가 휜 사람들에게 뭔가 막연한 성장의 환상이 더 먹히지 않았겠는가?

남북한 관계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없었다. 북한 인권 문제도 제기하겠다는 것뿐이었다. 채찍을 들고 버릇을 고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접근도 한참 잘못된 것이지만, 가난을 먼저 벗어난 큰 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도덕적이고 정의감 넘치는 접근 역시 동의를 받기도 설득력을 얻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지나간 10년은 성공적이기도 했지만, 한계도 적지 않았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륙간탄도탄을 꿋꿋이 개발하고, 식솔들은 굶기고 있는 그 동생은 이제 측은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하다. 외국인들에게남북한 관계를 설명하려고 하면, 북한이 얼마나 구린지 이야기해야 하고, 그러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도 구리게 느껴질 까봐, 스스로 거리를 두면서 말하게 되는 경우가많다. 이 구린 동생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다시 고민해야 하고, 그 내용으로 사람들을, 북한을 그리고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스스로 마음 속으로부터 탈상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의 승리가 우리 모두의 탈상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거에 패배하고 잠이 오지 않는 이 밤에 이제 그만 상복을 벗어야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개인에 대한 폄하나 배제를 말하지 않는다. 사람을 극복하자는 것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정책은 극복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과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에 대한 참된 경의가 될 것이다.

왜 실패했는가?③ 민주당의 해체와 재건설

개인적으로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오랜 기간 전통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정당을 가지고 싶다. 그러나 그 내용과 구조는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당구조의 변화에 대한 전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짧게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길게는2014년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현재의 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인 제세력들의 '헤쳐 모여'가 예상된다. 지금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뛰게 될 것이다. 선거에서 때로 작은 승리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승리는 오직 상대의 실패와 실수에 의존하는 승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정당조직의 전면적 재구성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직업정치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당, 선거 때만 정당을 중심으로 모여서 선거를 치르는 정당의 모습을 근본적으로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당의 모습이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이것이 간부정당인지 대중정당인지. 확실한 것은 선거와 집권을 위한 조직이라는 것인데, 그 이상은 사실 잘 모르겠다.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 건설도 아직까지는 실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 모두 독자 후보를 포기하고 대중정당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개혁이란 수사는 흔히 정당조직에서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이해된다. 새정치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사실 인적쇄신에 불과했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인적쇄신뿐이었고, 그나마 해내지 못했다. 친노패권주의라는 비판에 담겨진 또 다른 함의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새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다는 것일 터이다. 물론 그랬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지만, 또 하나의 공허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그것으로 추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정당구조의 개편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지역위원회(지구당)이건 중앙당이건 간에, 근본적인 조직 전환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순히 중앙당의 권한 약화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당의 기본을 유지하고, 의정활동을 지원하며, 정책을 유지하고 생산하는 중앙당 조직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문제는 정당의 손발로서의 당원과의 관계가 아니다. 당원이든 아니든 한 사람의 개인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지지자들과의 관계 설정이다. 중앙이 결정하고, 손발이 움직이는 구조와 조직으로서의 정당은 한계에 도달했다. 정당은 네트워크 자체가 되어야 한다. 네트워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게 하는 장치, 그 장치가 바로 정당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당은 그 자체로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정당은 미디어였다. 중앙당에서 내려오는 정강정책과 포스터와 같은 홍보수단의 미디어였다. 그러나 이제 미디어가 변화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화했다. 그런데, 정당은 아직도 옛모습에서 별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새로운 형태로의 미디어이자 네트워크여야 한다. 지지자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결합하고, 또 언제든 흩어질 수 있는. 이 미디어이자 네트워크인 정당의 소통이 자유로울 때, 사람들의 희망과 마음을 담아낼 수 있을때, 모든 지지자들은 스스로 이 네트워크의 단말기(터미널)이 되어서, 각자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싸우고, 또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왜 실패했는가?④ 미디어의 한계

대선기간 내내 종편을 들여다 보았다. 그들의 논의에 꼭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진보진영의 논객들이 종편에서 의병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회자와 상대방 논객의 협공을 받아내면서 그들은 오랜만에 밥벌이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스튜디오에서는 싸우지만, 서로 잘아는 사이가 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그런 왜곡된 프레임에서 퍼져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이들이 종편에 순치될까봐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종편이 시청률이 올라간다지만 한계가 있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대안이 있는가?

그렇다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나꼼수를 비롯한 수많은 팟캐스트들,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언론까지 역시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날 수 있을까? 스마트 폰과 인터넷이라는 한계는 도시에 사는 젊은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리고 그 한계 선상에 이번 선거 결과가 놓여 있다.

새로운 매체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접근성이 있는 매체, 그것은 TV일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TV를 준비해야 한다.

'아랍의 봄'이라고도 말하는 북아프리카 일대의 민주화운동 그리고 권위주의 정권의 붕괴. 그 배후에는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있다. 인터넷으로 알자지라 영어판을 들어보면 유창한 영국식 억양의 영어가 들린다. 알자지라 방송의 탄생배경에 대량해고가 있다. BBC가 중동지국을 폐쇄하고, 그 인원을 해고했을 때, 카타르의 한 왕족이 편집권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세운 것이 알자지라 방송이다.

오마이뉴스 대선 올레 마지막 방송을 들으면서, 해직 기자들의 고통을 말하는 이야기들이들렸다. 뉴스타파와 팟캐스트 탄생이 주역이었던 그들이 갈 곳이 없다. 배우 김여진은 광화문 대첩에서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국민통합을 입에 올리면서 새로이 선출된 권력을 쳐다보고 선처를기다릴 때가 아니다. 선처해 주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기자들이 해직되고, 방송을 떠나게 될 것이다. 설령 당분간 선처해 준다고 해도 그 매체의 영향력 속에서 순치되고 말 것이다.

지금부터 새로운 TV를 준비하고, 수익성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길은 열린다. 당장 위성을쏠 수도 없고, 종편이나 케이블의 채널 하나 마련할 수 없겠지만. 열린미디어 채널과 자발적 방송으로서의 인터넷TV를 준비해야 한다. 오마이TV가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던. 누구나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올릴 수 있고, 또 내려받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시트콤과 예능, 그리고 드라마와 보도가 가능한 채널. 인터넷에서 시작하지만, TV로 진출할 수 있는.

이 인터넷방송국은 플랫폼이 되어서 스튜디오와 편집실을 갖추고, 실비의 사용료를 받고 기기를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 편집전문인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촬영장비를 갖추고 기본이 되는 뉴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송출은 유스트림이나 아프리카와 연계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제작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해직기자들이 스스로 팀을 만들어서 방송국을 세우고, TV에 출연할 수 없는 소셜테이너들을 중심으로 드라마와 시트콤 그리고 예능을 제작해 보자. 광고를연계해서 수익성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TV방송으로의 길은 열릴 것이다. 비록 지금은 요원해 보이지만. 스마트TV가 눈앞에 와있다. 그것이 애플TV든 구글TV든 삼성TV든 그것이 방송 프로그램의 생태계를 제공해 줄 것이고, 그 안에서 결국 채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TV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고 매우 가까이 와 있다. 우리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 바로 그 증거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결과 전화기와 컴퓨터가 하나가 되었다. 애플의 선풍적인 인기는 손 안에 쥐어진 그 기기가 전화기능을 가진 소형 컴퓨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 전쟁에서 다들 끌려다녔다.그리고 이제 TV와 컴퓨터의 결합이 눈 앞에 와 있다. 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채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매체를 준비하고 매체를 선점해야 한다.

인구구성의 변화?

한 가지만은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모두들 인구구성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50~60대의 증가를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50대 초반의 정치적 민주화체험이 어떤 영향으로 남았는지. 이들 세대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이슈에 반응해서,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 이런 점에 대해서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직 판단하지 못하겠다.

아마도 이렇게 인구구성의 변화를 떠들어대는 이유는 얼마 전 지나간 미국 대선의 영향일 것이다. 오바마의 재선의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의 인구구성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정책으로 대응한 데 있다. 선거 직후 CNN, NBC와 같은 방송에서 한 달에 히스패닉 유권자가 50,000명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 유권자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공화당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소리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몇몇은 성급하게 가까운 시일내에 플로리다나 텍사스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로 바뀔 것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었다. 오바마는 선거3개월 전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범죄경력이 없는 불법체류 젊은이들에게 한시적으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이들 유권자들을 견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우리의 50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가늠하지 못하겠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전개되어 나가는 사실을 고려하면, 모두들 보수화가 되어야 할 것인지, 다른 균열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제 70대가 된 서유럽의 68세대는 아직도 좌파정당의 든든한 지지자들이다. 과연 50대는 보수화된 것인가? 아니면 이들을 견인하지 못한 것인가? 확실한 것은 이대로 계속 헤매면 이들이 확고하게 보수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상대가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 지금으로서는 분석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의 이 보수의 성격을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것이 향수나 막연한 기대인지, 아니면 이념적 재결정화인지, 얼마나 견고한지. 일종의 유권자 연대가 형성된 것인지 아닌지. 내년 3~4월 정도가 되어서 새정부의 경제정책이 발표될 시점이 되면,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박정희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두 사람, 현 대통령과 당선자에게서 루이 보나파르트를 연상하곤 했다. 지금으로선 기우이기를 바랄 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이번 대선도 그저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선거 패배가 확실해지는 순간, 깨달았다. 나는 또 한 번 무임승차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문재인. 그들에게 오늘 또 한 번 빚을 지고 만 것이다. 다시 한 번 오늘의 슬픔을 맛보지 않으려면, 적어도 미안해하지 않으려면, 행동할 때다.
#2012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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