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외투 착용을 금지하는 대리운전 업체의 지침 문자
이정희
D업체의 경우, 한겨울에 기사들에게 '오리털 파카 금지령'을 내렸다. 대리업체는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는 기사의 이미지를 위해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정장 차림을 요구한다. 하지만 저녁부터 새벽까지 길에서 기다리며 일하는 직업 특성상 대리운전 기사들은 보온을 위해 오리털 점퍼 등 외투를 걸치고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업체는 이러한 옷들이 손님들에게 단정치 못한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판단하여 외투를 걸치고 일을 할 경우 합차(일정코스를 돌며 기사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승합차) 탑승금지 또는 콜 금지 등의 엄포를 내리기도 했다.
대리운전 기사로 등록할 경우, 운행 중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보험에 들도록 되어 있다. 개인에 따라 월 6~8만 원 정도를 회사에 납부하게 된다. 2~3개 회사에 기사로 등록되어 일하지만 하나의 보험에만 들어도 대리기사로 일하며 일어나는 사고는 모두 보장되는 식이다. 하지만 D업체의 경우 기사들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지정하는 보험을 들 것을 강요했다.
어디 회사에 소속되어 보험을 들든 대리기사가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지만, 이 회사는 무조건 자신의 회사에서 보험을 들 것을 강요했다. D업체를 통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자회사 프로그램 이용을 제한하겠다며 기사들에게 알렸다. 이미 다른 회사를 통해 보험료를 납부한 기사도 있었지만, 그 뒤로는 이 회사를 통해서만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알렸다. 실제로 이 회사를 통해 보험설계사를 접촉하지 않은 기사들은 D업체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쉽게 '대리운전 구인광고'를 접할 수 있다.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기사 모시기'에 혈안이지만, 막상 업체는 '기사 등골 빼먹기'에 더욱 열심인 듯하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한 콜당 30% 정도 또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업체에 지불한다. 출근비, 보험료는 따로 회사에 선입금으로 납부한다. 사고가 나더라도 기사 개인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점점 더 교묘한 방법으로 기사들을 채찍질한다.
C 대리운전 업체는 기사들에게 알리는 공지사항에서 이 같은 수익구조에 대해 '투자한 홍보비용에 비해 콜 증가에는 한계가 있으며, 경쟁사가 늘고 포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적인 방안을 고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손님과 기사, 회사 측에서도 더 나은 수익구조를 통해 수익증대를 위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고, 사실상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입장이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기사들과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며 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업체의 인식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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