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출발을 할 때부터 4시간이나 지연되어 도착했던 델리 공항
최오균
탑승하기 직전, 비행기 취소..."우린 어떻게 해야하죠?"그러나 출국소속까지 다 밟고 탑승을 하기 직전에 비행기가 취소되는 것은 처음 당해 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렇다고 무작정 면세구역에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무언가 대책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출국심사대 앞에 있는 안내센터로 갔습니다. 마침 안내센터에는 터번을 쓰고 콧수염을 기른 남자 한 사람 앉아 있었습니다.
"에어 인디아 310 승객인데요. 탑승 전에 비행기가 캔슬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요?""아, 에어 인디아 항공이요. 갑자기 비행스케줄이 취소된 모양입니다.""무슨 사유로 취소가 된 거지요?""파일럿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데요.""파일럿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다고요? 출국수속까지 다 밟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요?""저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몰라요.""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잠깐만 기다리세요."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한동안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더니 "일행이 모두 몇 명이지요?"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4명이라고 대답을 하자 조금 있으면 에어 인디아 항공 직원이 올 것이니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에어인디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허겁지겁 안내데스크로 왔습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요?""네, 그게... 미안하게 되었습니다.""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일단, 모두 입국수속부터 다시 밟아야 합니다.""입국수속을?""네, 모두 저를 따라 오시지요."우리는 할 수 없이 그 직원을 따라 입국심사대 쪽으로 갔습니다. 출국수속을 밟고 나면 그 나라에서 일단 벗어나 치외법권 지역에 있게 되는데, 비행기 캔슬로 다시 재입국을 하게 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들을 VIP입국장으로 데리고 간 그는 입국심사대 직원에게 우리들의 사정을 전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한사람씩 여권을 들고 다시 입국절차를 밟았습니다.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는 입국심사대 직원은 우리를 쏘아보며 마지 못해 스탬프를 찍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재입국을 한 우리는 에어 인디아 항공 직원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꼭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아내가 내일 병원에 꼭 가야 하거든요. 그러니 다른 비행기라도 좌석을 좀 잡아 주세요.""그것 참, 곤란한데요. 한국으로 가는 에어 인디아 비행 일정이 전부 취소가 되었거든요.""그럼 다른 항공사 비행기라도 잡아주어야 하지 않습니까?""한 번 알아보기는 하겠는데요.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나는 체크인을 담당하는 에어 인디아 직원에게 가서 따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