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호에내 내리는 오지마을 주민들, 소중한 한표 행사를 위해 2시간여 배를 타고 왔다.
신광태
12월 1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그곳 사람들의 요즘 인사는 투표를 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
김씨! 이번 대선 때 투표할 거요?""그날 날씨를 봐야 알겠지만, 추우면 힘들지 뭐. 민경호가 들어오면 모를까?" 민경호는 신인섭(60)씨가 15년째 오지마을 사람들을 위해 운항하는 여객선이다. 평소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어 닷새마다 찾아오는 5일 장날에만 배를 띄운다. 따라서 선거일인 19일에는 배가 들어올 리가 없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 다행히 화천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오지마을 사람들을 위해 민경호에 유류대를 지원한다. 선장 신씨 입장에서는 무료 봉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 추위에 내가 조금만 고생하면 오지 주민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 씨는 선거 전날인 18일 오지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배가 들어간다고 말해주세요."
19일 아침 8시, 구만리 배터에서 민경호가 서둘러 출발했다. 드문드문 강변 산기슭에 있는 집들을 돌아 나오려면 4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서 이번 투표는 기권하려고 했는데, 신 선장님 성의 때문에 나왔어요."그렇게 말하며 배에서 내리는 오지 마을 주민의 표정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자긍심에 들 떠있다. 바쁘다는 선장에게 간단하게 몇 마디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