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철거에 들어간 골프장 반대 주민들.
성낙선
농성장을 철수하기까지는 참으로 지난한 세월이 흘렀다.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노숙농성을 하면서도 강릉과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숱한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지난 해 최문순 도지사 도정 초기, 골프장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던 강원도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골프장 반대 주민과 강원도청 사이에 갈등이 격화됐다. 그 바람에 초기 관과 민 사이에 원활하게 진행되던 소통이 최근에는 거의 단절 상태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다 최근 골프장 반대 주민들과 면담 자리를 마련한 문재인 대선후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학영 의원 등이 최문순 도지사를 만나 원만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문 후보는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보태 강원도에 협조 요청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대통령 당선 후 골프장 인허가 관련 기관에 대한 특별감사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 후 최문순 도지사가 문 후보와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12일 '골프장 문제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면서, 2013년을 넘어 또 한 번 겨울을 보낼 위기에 놓여 있던 농성장을 철거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물론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골프장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린 최문순 도지사는 이제 오래전 인허가가 완료된 골프장 문제까지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날 농성장 철수 현장에 모습을 보인 최문순 도지사는 그동안 도청 현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노숙농성장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결코 편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 정말 오랫동안 고생했다, 추운데 (골프장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