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대차 사기... 집주인 확인 않은 임차인도 책임"

"공인중개사만 믿고 주택 실소유자 등 관리 관계 확인 소홀... 과실 책임"

등록 2012.12.12 20:42수정 2012.12.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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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만을 믿고 주택 임대차계약을 맺었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 공인중개사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지만, 주택 소유자가 누구인지 등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계약당사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J씨는 공인중개사 L씨에게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전농동 다가구주택 중 3층을 임대하겠다고 중개를 의뢰했고, A씨는 공인중개사 K씨로부터 이 집을 소개받고 2010년 8월 임대차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0만 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요즘은 공인중개사들이 정보를 공유해 L씨와 K씨가 연관됐다.

이 주택은 등기부상에 J씨의 조부 소유로 돼 있었다. 그런데 조부는 1995년에 사망해 J씨의 작은 아버지와 J씨(J씨 아버지도 사망)가 할아버지의 재산을 공동상속했으나 상속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J씨의 작은 아버지가 이 주택을 임대하는 등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됐다.

공인중개사 L씨와 K씨는 J씨가 3층에 거주 중이라는 등의 사정만으로 J씨에게 이 주택의 진정한 소유자 등의 권리관계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J씨가 작은 아버지의 대리인으로 생각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A씨는 잔금을 지급한 당일 3층으로 이사했는데, 그날 저녁 J씨의 작은 아버지로부터 "조카 J씨에게 대리권을 준 사실이 없다"며 주택 3층의 인도를 요구받게 됐다.

A씨는 J씨를 형사 고소하는 한편 J씨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공인중개사 K씨와 L씨 그리고 이들과 공제계약을 맺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북부지법 민사8단독 이창렬 판사는 2011년 11월 "피고들은 원고에게 4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공인중개사들은 중개업자에게 요구되는 주택 소유자 및 J씨의 대리권에 대한 조사·확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채 J씨의 말만 믿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아무런 임대권한 없는 J씨에게 임차보증금을 지급하도록 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들은 임대차계약의 체결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협회는 공제계약에 의해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피고들의 과실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원고에게 손해배상액을 공제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도 임대차계약 과정에서 주택 소유자가 명백하지 않고 J씨의 대리권 유무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공인중개사들만을 믿은 채 관련 확인절차를 소홀히 한 과실도 손해발생의 한 원인이 됐으므로,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북부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는 지난 7월 원고에게도 20% 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1심을 깨고, 공인중개사들에게 100% 책임이 있다며 5000만 원(임대차보증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동산의 임대·매매 등 거래에서 무권리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자의 가장 중요한 주의의무 중 하나인데,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가 망인이었으므로, 중개업자들은 주택의 상속인 등 소유자를 규명하고 J씨가 적법한 대리인인지 확인했어야 함에도, 부동산중개에 관한 상당한 법률지식과 경험을 갖춘 피고들조차 이러한 사항을 간과한 채 J씨의 기망행위에 속아 원고로 하여금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부동산의 권리관계 확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없는 원고에게 주택 소유자 및 J씨의 대리권 유무에 관한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책임을 100%로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공인중개사들에게 100%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원고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임대계약을 맺거나 잔금 지급 과정에서 주택 소유자가 명확하지 않고, J씨의 대리권 유무 역시 명확하지 않아 거래당사자인 원고로서는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는데도, 공인중개사들만을 믿은 채 상속관계서류나 등기권리증 또는 위임장 등 주택 소유자 확인 및 대리권 유무에 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고, 이런 원고의 과실 역시 이 사건 손해발생 또는 확대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런 사정을 전혀 참작하지 않은 것은 법리를 왜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임대차계약 #손해배상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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