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 곶감을 다 줄 순 없어 망사로 덮어 놓았다.
최오균
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창고에 가서 망사를 찾아와 바구니를 다시 처마 밑으로 옮겨 놓고 망사로 덮어 놓았다. 그러나 어쩐지 새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 혹한의 추위에 모처럼 먹을거리를 발견하고 식구대로 찾아왔는데 망사로 덮어 두었으니 녀석들이 얼마나 실망을 할까?
지금처럼 혹한기에는 새들뿐만 아니라 네발 달린 짐승들도 먹을 것이 없어 살기가 힘들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 위에 동물들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혀있다. 특히 이곳에는 고라니, 노루, 너구리, 들고양이, 다람쥐, 청설모들이 많이 서식을 하고 있다. 때로는 멧돼지도 내려온다는 데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녀석들이 실컷 먹었으니 며칠 지나서 다시 생각해 보자. 이를테면 새들이 먹을 수 있게 곶감 몇 조각을 내 놓는 방법도 있을 테니까? 허지만 새들에게 공들여 만들어 놓은 곶감을 다 줄 수는 없다.
우리네 삶은 곶감 빼먹기와 같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이 땀 흘려 열심히 농사를 지어 저축을 해 놓은 곡식을 남에게 다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남이 땀 흘러 일할 때 새들처럼 노래나 부르고 한가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때로는 남이 지어 놓은 농사를 저 새들이 곶감을 빼먹듯 슬그머니 몰래 훔쳐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곶감을 창고에 잔뜩 쟁여 놓고도 더 많이 곶감을 자신만의 곳간에 쟁여놓을 궁리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곶감이 썩어서 버릴지라도 남에게 한 개도 나누어 주지 않으려고 욕심을 부린다. 다 먹지도 못하고 저승사자한테 불려가고 말텐데도 말이다.
인생은 곶감 빼먹기와 같다. 자신이 먹을 곶감은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을 해서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적당히 저장을 하고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이나 새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삶이 훈훈하고 저승사자도 반겨줄 것이 아니겠는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