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정상. 461m로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란다.
전용호
너무 쉽게 올라와서 서운한 기분이 든다. 머리 위로 '한산대첩전망대'가 보인다. 아버지는 무릎이 안 좋으신데, 올라가 보고 싶어 하신다. 난간을 잡고 나무계단을 서서히 올라간다. 소나무 숲 사이를 벗어나 전망대에 서니 통영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통쾌한 기분? 이 맛에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는가 보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표현한 정지용시인의 글귀가 새겨진 작은 표지석이 있다. 역시 시인이다. 이곳에 서서 바라본 풍경을 이렇게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전망대에서 한참을 둘러본다. 또 다른 전망대가 머리 위로 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또 올라가신단다. 정상을 향해 서서히 올라간다. 빙 둘러 보이는 바다와 섬.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배. 파란 하늘 아래 미륵산 정상. 감동이다.
미륵산 정상 표지석 앞에는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섰다. 우리도 줄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아버지는 언제부터인가 사진을 찍기 싫어하신다.
"늙은 사진 뭐하려고."오늘은 기분이 좋으신지 표지석 앞에 선다. 고맙다. 사진 한 장 또 남길 수 있어서.
미륵도를 나와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 충무(통영) 왔으면 충무김밥을 먹어야 하는데 노인네가 회를 너무나 좋아한다. 통영까지 와서 회 안 먹고 가면 서운해 할 것 같다. 횟집을 찾는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차를 댈 만한 곳에 주차하니 아주머니가 나와서 친절하게 안내한다. 호객행위지만 기분이 좋다.
자리를 잡고 생선회를 시키니 사전에 나오는 음식으로 상을 가득 채운다. 초무침, 해삼, 생굴 등. 맛있게 먹고 있으니 회가 나온다. 싱싱하다. 통영에서 먹는 생선회 맛이 좋다.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까지 비우고 나온다.
통영 세병관은 여수 진남관과 비교되는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