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청춘 그녀를 응원한다!
강소영
- 지금도 알바하고 있어요?
"키즈카페에서 주말에 일해요. 서빙하고 알바하고."
- 손님이 많겠는데요."정말 많아요. 키즈카페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재밌을 거 같아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최악의 알바래요. 헬게이트래요, 헬게이트(웃음)."
- 시급은 어떤가요?"최저임금이예요. 하루 여덟시간씩 일하는데 한 달 마다 백 원 씩 올려줘요."
- 백 원이요?"네. 좀 웃기죠. 학교 다니면서 마땅히 할 만한 알바도 없고, 그냥 할 수 밖에 없어요."
- 언제부터 알바를 시작한 건가요?"수능끝나고 나서부터요."
- 그간 했던 알바들 좀 들려준다면…."첫 알바는 동네 빵집알바였어요. 빵 포장이랑 캐셔를 맡았어요. 근데 알바하는 동안 빵 한조각을 안 주시더라고요. 하도 안 주시니까 혼자 거리에서 파는 땅콩과자를 사가지고 와서 알바하면서 먹었어요.(웃음) 가끔 사장님이 애기들 데리고 와서는 저보고 애기들한테 빵 좀 먹여주라고 시켜요. 그러면서도 저한테 빵 한 조각 안 줬다니까요. 참나. 거기서 3800원 받았어요."
- 시급이 3800원?"'여기는 장사가 잘 안 되니까" 하면서 그거 밖에 안 준대요. 그때 저는 청소년이라 알바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했죠. 한 번은 혼자 일하는 데 밤 11시쯤에 취한 아저씨가 와서 저한테 빵을 내놓으라고 하는 거예요. 사장님이 재고조사도 꼼꼼히 하니까 제가 맘대로 빵을 집어 줄 수가 없잖아요. 근데 아저씨가 자꾸 내놓으라고 위협하니까 너무 무서웠어요. 나중에 울면서 사장님한테 전화했더니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한 마디 하시대요. "그럴 때는 경찰에 전화해" 이렇게요."
- 정말 매정하시네요.그 빵집에 대한 기억이 정말 안 좋아요. 근데 요즘엔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좀 그래요. 왜냐하면 옆옆집에, 건너편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베스킨 라빈스 등등 프랜차이즈 가게가 정말 많이 생겼거든요. 크리스마스날 케이크가 안 팔려서 다 쌓여 있더라구요. 프랜차이즈 빵집은 없어서 못 팔고 있는데…. 그런 거 보면 한편으로 얄미우면서도, 또 짠하더라구요."
- 그 다음엔 어디서 일했나요?"호프집에서 일했어요. 거기서는 시급 4500원. 많이 받았죠. 호프집은 담배냄새 때문에 완전 괴로웠어요. 안산 중앙동에는 어린애들이 술집에 많이 오는데 완전 지저분하게 먹어요. 막 먹는 거죠. 예의없는 애들도 많고요. 이상한 아저씨들도 많고요."
- 나이도 어려서 쉽지 않았겠어요."그죠. 그래도 호프집 사장님은 좋았어요. 아니, 그냥 가게에 없으셔서 좋았죠. "잘해라" 하시고 가시니깐요.(웃음) 진짜 힘든 건 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찌나 토를 하는지. 제 자리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문에도 하고 안 에도 하고 밖에도 하고. 술집은 그게 제일 힘들죠."
- 호프집은 얼마나 일했나요?"1학년 여름방학 3개월 동안요. 그리고 겨울방학에는 공장에서 일주일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관뒀어요. 병나서 3주 동안 푹 쉬었죠."
- 그렇게 힘들었어?"정말 힘들었어요. 알코올을 다루는 일이었는데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거예요. 일하는 내내 손에 알코올을 묻혀야 됐죠. 겨울이라 너무 춥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요. 통근버스가 있는데 저는 알바생이라 못 타게 하는 거예요. 정규직만 탈 수 있더라고요. 모자 푹 눌러쓰고 몰래 타기도 했어요."
- 반월시화공단은 소규모 작업장들이 많아서 열악한 데가 많다고 들었어요."진짜 열악한 곳이었어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았는데 그 사람들은 어쨌든 숙달된 사람들이니까 알바생들을 무시하더라고요. 텃세부린다고 할까요. 그런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그러고는 일주일 만에 관두고 인력회사 통해서 친구랑 같이 공장에서 하루하루 하는 일들도 좀 하고요."
- 나름 파란만장했네요."저는 그래도 방학 때 주로 했는데 친구들은 평일에도 많이 해요."
-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알바를 한 건가요?"네. 어른이 됐는데 부모님한테 돈 받는 게 눈치 보이고 싫었어요. 알바비 받아서 엄마 맛있는 거 사드리면 기분 정말 좋아요!"
- 이제 다른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페이스북에 보니까 정치관에 진보라고 써놨던데…."처음 가입할 때, 뭣도 모르고 썼죠."
- 나름 진보라고 쓰게 된 계기가 있지 않아?"사람은 깨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억압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고등학교 때 야자 같은 것처럼."
-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깊게 알지는 못해도 관심은 있었어요. 저희 엄마가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제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신데 사회문제에는 진보적이시더라고요.(웃음) 엄마랑 같이 처음으로 촛불집회도 갔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했을 때요. 자주 따라다녔어요."
- 4월 달에 투표도 했겠네요."네.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고요?(웃음)"
- 대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기대하는 게 있나요?"있죠, 당연히. 우리집은 서민층에 속하구요. 저는 학생이면서, 알바생이기도 하고, 또 취업도 해야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자들 임금이랑 고용문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이 있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어요. 이런 얘기를 또래들이랑 잘 못해요. 얘기 꺼내면 친구들이 "오바하지 마" 이러거든요.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학교에서 적응을 잘 못한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고요."
- 대통령 후보들 공약 중에 제일 관심가는 게 있다면요.일단은, 최저임금 문제요. 문재인후보가 7000원으로 하겠다고 한 걸 봤어요.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 치위생사가 비정규직이 많나보네요."아니요. 그런 것 보다는 저희 언니 때문인데요. 언니가 졸업하고 나서 취업할 때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언니가 고졸이거든요. 그래서 자격증을 많이 갖고 있어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쩌면 차별이 아닌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정말 벽이 높다는 걸 알게 됐어요."
- 마지막으로 아직 21살밖에 안 됐는데, 20대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여행을 가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 앞에서는 사치예요. 알바로 제 생활비를 벌어서 쓰니까 늘 여유가 없죠. 언젠가는 꼭 라틴아메리카에 가고 싶어요. 정말 멋질 거 같지 않나요?"
인터뷰가 끝나고 정세나씨와 청년플러스는 함께 영화 <남영동1985>를 보러 갔다. 100분여의 시간 동안 숨죽여 영화를 보고 난 후, 극장을 나오면서 서로가 나눈 말은 "투표 꼭 하자", "저도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 했어요. 투표 꼭 해야겠다구요" 이제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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