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민실위에 따르면 정치부 국회반장 조문기 차장은 사내게시판에 "안철수 전 후보는 이제 문 후보 지지 유세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과거 대선 후보 때처럼 중계방송 하듯 기사를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라고 올렸다. 사진은 지난 2월 24일 MBC 총파업 집회 당시
MBC
발 빠른 MBC다. 지난 9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안철수 전 후보의 발언 관련 보도를 다루는 것은 편파 불공정 보도"라고 언론을 압박한지 단 하루 만에 관련 내용이 정치부 기자들에게 지시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조건 없는 지지'를 선언한 안 전 후보가 연일 대규모 군중을 이끌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MBC는 이를 '뉴스'로 여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10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에 따르면, 현재 정치부 국회반장을 맡고 있는 조문기 차장은 사내게시판에 "안철수 전 후보는 이제 문 후보 지지 유세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과거 대선 후보 때처럼 중계방송 하듯 기사를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라고 올렸다. 이 게시판은 정치부 기자들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사실상 내부취재 지침을 전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조 차장은 "후보 행보 스트레이트 기사나 리포트 기사 작성 시 박근혜·문재인 후보 경쟁 구도임을 유념해서 균형을 맞춰 써주시길"이라며 이 같은 글을 남겼다. 그는 "(안 전 후보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은) 한광옥·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박 후보 행보 기사에 중계방송 하듯 쓰지 않는 것과 똑같습니다"라며 "스트레이트·리포트 기사와 화면 역시 박근혜·문재인 그리고 양당 움직임으로 균형을 맞춰주시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침은 바로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최근 일부 신문과 방송 매체의 경우 선거보도가 갖춰야 할 기계적 형평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발언 직후 나온 것이다. 김 본부장은 "각 언론사는 편집과 배열에 있어 균형을 유지하게 돼 있고 여야 유력 후보의 분량을 1대 1로 맞춰야할 의무가 있다"며 "1대 1로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에 할당된 보도 분량 내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신보도지침' 발표 직후 나온 MBC 내부 지시"이와 관련해 이재훈 MBC 민실위 간사는 "이번 정치부의 지시는 안 전 후보가 사퇴를 했기 때문에 한화갑·한광옥이나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인데, 보도의 기본 원칙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는 보도가치에 따라 보도해야 한다,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지 안철수와 한화갑을 같은 동급으로 취급해 후보가 아니니까 빼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할 가치가 있느냐,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따져서 보도 여부와 양을 결정해야 한다"며 "MBC 민실위는 '신보도지침'이라고 비판받은 새누리당의 발표가 있은 후 이런 지시가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지침'은 지난 5공화국 당시 전두환 정권이 신문사와 방송사에 하달한 보도 지시 사항을 말한다.
민실위가 발행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이 같은 정치부 지시가 나오기 이전부터 안철수 전 후보와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를 해왔다. 지난 6일 MBC는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처음 공동으로 유세를 한 사실을 보도하며 한 꼭지만 내보냈다. KBS와 SBS가 사실보도 후 전망분석 리포트를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며칠 후 안 전 후보 진심캠프 내 일부 인사가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것은 별도 꼭지로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는 두 사람의 동정 보도 속에 관련 내용을 간략하게 전했다.
한편, 정치부 지시내용과 관련한 사실 확인을 위한 통화에서 조문기 차장은 "바쁜데 왜 자꾸 전화를 하느냐"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이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 조 차장은 지난 10월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경찰의 사찰 의혹이 제기된 국정감사 당시 관련한 녹취록을 입수하고도 보도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관련기사 :
"사찰이란 증거 어딨나" MBC 어디까지 망가질까 - <미디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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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한화갑과 같다"... MBC의 '신보도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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