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무엇을 이은 모습..
정현순
제주도는 전설이 참 많은 고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설사는 또 한가지의 전설을 들려준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신화 내용은 한라산 서남쪽 산 중턱에 '영실'이란 명승지에는 기암절벽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는데 이 바위들을 가리켜 오백장군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날에 설문대할망이 아들 오백형제를 거느리고 살았다. 어느 해 몹시 흉년이 들어 하루는 먹을 것이 없어서 오백형제 모두 양식을 구하러 나갔다. 어머니는 아들들이 돌아와 먹을 죽을 끓이다가 그만 발을 잘못 디디어 죽솥에 빠져 죽어 버렸다. 아들들은 그런줄도 모르고 돌아오자마자 죽을 퍼먹기 시작했다.
여느 때보다 정말 죽 맛이 좋았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온 막내동생이 죽을 먹으려고 솥을 젓다가 큰 뼈다귀를 발견하고 어머니가 빠져 죽은 것을 알게 된다. 막내는 어머니가 죽은 줄도 모르고 어머니 죽을 먹어치운 형제들과는 못살겠다면서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며 멀리 한경면 고산리 차귀섬으로 달려가서 바위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본 형들도 여기저기 늘어서서 날이면 날마다 어머니를 그리며 한없이 통탄하다가 모두 바위로 굳어져 버렸다고 한다.
제주도의 전설은 모두 돌이 되어 끝이 나곤한다. 그런 전설탓일까? 돌이 정말 많다. 저렇게 많은 돌은 어디에서 다 모아놨는지. 제주도에 있는 돌은 전부 갖다 놓은 것만 같았다.
전설이지만 정말 슬프다. 친구들 모두 넋을 잃고 해설사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다.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니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해설사가 들려준 그곳에 대한 전설을 알고 나니 그곳에 돌이 그렇게 많은 이유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