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제독상오른쪽 팔과 오른쪽 눈이 없는 넬슨 제독이 하늘 높이 서 있다.
노시경
57m 높이의 기둥 위 동상은 트라팔가 해전의 의미를 드높이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보면 넬슨 제독 동상의 높이는 육안으로 동상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 높고, 넬슨 제독이 너무나 높은 곳에서 광장의 사람들을 외롭게 내려다보고 있다.
넬슨 동상을 아래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오른쪽 팔이 유난히 가늘고 칼도 왼손으로 잡고 있다. 그의 오른쪽 눈도 감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넬슨이 지중해 북부의 코르시카(Corsica) 섬 상륙작전에서 오른쪽 눈을 잃고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의 카나리아 섬(Canary Islands) 전투에서 부상으로 오른팔을 잃은 것을 동상에 표현한 것이다. 넬슨 제독의 감긴 눈과 없어진 오른 팔은 트라팔가 해전의 의미를 극적으로 되새김하게 만든다.
트라팔가 해전 당시 영국함대는 27척의 전투함으로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 33척을 물리친다. 넬슨 제독의 전략으로 연합함대는 전투함 21척이 나포되고 1척이 침몰하였지만 영국 함대는 전투함을 1척도 잃지 않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왜선 133척을 맞아 13척의 병선으로 전투를 벌인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는가?
넬슨 제독은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프랑스군이 쏜 총탄에 맞고 사망했다. 그는 당시 "하나님께 감사한다. 나는 내 의무를 다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전사한다. 2백여 전에 앞서간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의 극적인 최후와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다. 넬슨은 47세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조국에 남긴 세계 최강 해군은 20세기 중반의 역사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탑 위에 서 있는 그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런던을 여행하며 그 후에도 여러 번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쳤다. 2층 버스의 좌석에 앉아서 내셔널 갤러리의 멋스러움과 넬슨 제독의 동상, 광장 특유의 낭만을 구경하기도 했다. 트라팔가 광장은 다시 봐도 질리지 않고 다시 찾고 싶은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트라팔가 광장은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나는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