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 평전' 표지
눈빛출판사
내가 '최승희'라는 무용가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고교시절인 1963년 어느 늦가을로 짐작이 된다. 그때 학교 문예반에서 시인 조지훈 선생과 소설가 오영수 선생을 초빙한 특강이 있었다.
그때 훤칠한 체구의 조지훈 선생은 반코트 차림으로 굵은 테 안경을 쓰셨는데, '시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당신의 수작 <승무(僧舞)>의 시작 과정을 말씀해 주셨다.
선생은 이 '승무'라는 시를 잉태하기까지 세 가지 승무를 사랑한 바, 첫 번은 한성준의 춤, 두 번째는 최승희의 춤, 세 번째는 이름 모를 승려의 춤이라고 하여 당신의 시작 모티브에 '최승희'라는 무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 나빌레라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 '승무'에서그런 탓인지 조지훈 '승무'에는 한 무희의 단아한 승무가 담겨져 있다. 그때 받은 인상 탓인지, 나는 조지훈 선생이 계신 대학에 진학하여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지금도 승무를 떠올리면 그때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