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원예서 <양화소록> 표지 사진
눌와
강희안 지음, 서윤희·이경록 옮김, 김태정 사진·감수, 눌와 출판의 <양화소록>은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서화가인 강희안이 17종의 꽃과 나무, 괴석의 특성 및 재배법을 상세하게 기록한 원예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원예서입니다.
강희안은 조선 초기, 중추원의 종이품 벼슬인 중추원부사를 지냈으며, 훈민정음 28자에 대한 해석을 붙이고, <용비어천가>의 주석을 분이기도 한 문신으로 시서화에 모두 뛰어나 당대의 삼절(三絶)로 이름이 높았으나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양화소록(養花小錄)>, 동생인 강희맹이 편집한 가문의 문집 <진산세고(晉山世稿)>에 실린 <양화소록(養花小錄)>만이 전해질 뿐 따로 전해지는 그림이나 문집은 없다고 합니다.
반항하는 마음으로 보면 있는 자, 꽃과 나무 그리고 괴석을 좋아하는 시대적 기득권자가 남긴 풍류에 더해진 일상의 글에 불과하지만 시대를 긍정하는 시선으로 읽으면 선비의 마음이 녹아든 기록이자 원예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화초들을 보니 습기를 좋아하는 성질과 건조함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고, 차가움을 좋아하는 성질과 따뜻함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었다. 그래서 심고 물을 주고 햇볕을 쪼일 때 한결같이 옛날 방법대로 하였고, 옛 법에 없는 것은 전해 들은 것을 참고하였다. 날씨가 추워져 얼음이 얼거나 눈이 내릴 때는 추위에 약한 화초를 골아서 온실土宇에 넣어 동상을 입지 않게 하였다. - <양화소록> 22쪽대부분의 꽃은 1년에 두 번 피지 못한다. 그런데 사계화만은 사계절에 걸쳐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꽃을 피우려는 뜻을 잠시도 쉬지 않으니, 성덕聖德의 한없이 진실하고 순수함에 비할 만하다. 오행으로 말하자면 토土가 사시四時에 걸쳐 왕성한 것과 같다. 꽃 키우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은 먼저 사계화를 길러야 하는데, 이 꽃이 바로 모든 꽃의 기준指南이 되기 때문이다. - <양화소록> 85쪽
강희안이 <양화소록>으로 기록하고자 했던 것은 꽃과 나무를 제대로, 보다 잘 기를 수 있는 재배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희안이 <양화소록>에 담고자 했던 내용은 단순한 원예기술이나 요령이 아니라 자연계의 섭리(攝理),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리와 조화를 꽃과 나무에 빗대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걸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