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차용
새누리당
이는 결국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당명과 로고를 바꾸며 진보의 전유물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빨간색을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 진짜 바뀐 것 같다는 착각을 실질적으로 불러일으킴으로써 MB와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총선에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촛불을 차용함으로써 박근혜의 취약 포인트인 젊은 계층을 공략했고, 이후 민주당이 촛불 이미지를 쓰더라도 그 파급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요컨대 박근혜 후보의 1차 광고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대선 광고 구조와 진보진영의 고유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촛불 등을 선점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어쨌든 광고 이후 박근혜 후보를 보면 턱의 상처부터 찾게 되는 것이 대중 심리인 만큼, 박근혜 후보의 1차 대선 광고는 국민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리더십? 엇나간 광고 기획그러나 영리했던 박근혜 후보의 광고는 2차에 들어 1차와 같은 캠프에서 만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악해졌다. 2차 광고는 현재 대한민국에는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고 박근혜 후보야 말로 탁월한 정상외교 역량과,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서 그 적임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와 같은 주장이 많은 국민들에게는 너무 생소하다는 점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박근혜 후보를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평가할까? MB정부의 외교정책은 성공적이었던가? MB정부 당시 박근혜 후보는 외교적으로 무엇을 했던가?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과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든 MB의 외교정책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일언반구라도 한 적이 있었던가?
사실, 박근혜 후보의 정상외교와 글로벌 리더십을 운운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신시대 아버지 옆에서 퍼스트레이디를 수행한 것과 2002년 방북하여 김정일을 만난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가 과연 이 두 가지 사례를 전면에 드러내어 스스로를 탁월한 외교역량을 지닌 인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유신시대 퍼스트레이디 수행은 현재 대선과정에 있어서 득보다는 실이 많고, 방북사실은 지지층에게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사실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