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예배당 한 쪽 벽면에 조각된 성경의 한 장면 중 ‘예수의 수난사’
문종성
그렇게 스스로를 위한 차례가 오면 자신의 문제는 되레 작아 보일 때가 있다. 외롭고, 힘들어 기도하려 했는데 오히려 위로와 감사가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다 헤아리지 않은 채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건 가슴 뛰어야 할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것 아닐까? 문군은 그런 생각에 기도를 통해 무엇인가를 구하기보다 자신을 저울질(히브리어로 '히트 팔렐') 해본다. 단 한 순간 뜨거운 사랑이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다.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빛이 새어 들어온다. 정적과 침묵으로 가득 메워진 대성당에서 유일하게 탄성이 터지는 공간이다. 빛의 따스함이 세심하다. 그 빛은 거룩해서 상한 마음을 만져주고, 교만함을 털어내게 한다. 눈물 없이도 뜨겁게 감동을 주는 힘이 있다. 그 빛을 바라보며 마침내 저울추가 기울어지는 것을 느낀다. 부끄러움으로 점철된 인생에 다시 한 번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신의 은총이다.
따뜻한 여운이 가시지 않은 늦은 저녁, 겨울 칼바람을 헤치고 패스트 푸드점으로 순례자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다음 날 여정을 위해 문군은 햄버거에 콜라나 잔뜩 마실 요량이다. 그런 그 앞으로 뜻밖에 쵸코 케이크가 놓여진다. 분위기 파악하느라 잠시 어수선한 틈을 타 누군가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