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겉표지
무명인
호러소설도 아닌데 읽으면 읽을수록 무섭고 두렵고 소름이 끼치는 책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160쪽이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책인데 내용은 몇 천 배나 되는 듯이 무겁기 그지없다.
차라리 모르는 채 세상을 살아가는 편이 아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책.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읽어야한다는 생각은 읽으면서 하고 또 하고 또 했다.
고이데 히로아키 <후쿠시마 사고 Q & A>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64개의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다는 형식으로 쓴 책이다. 전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썼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고이테 히로아키는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 조교로 원자핵공학은 전공했다. 핵발전을 연구하면서 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똑똑하게 깨닫게 되었고, 결국은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면서 원전 건립 지역의 주민들 편에 서서 핵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계속해왔다. 때문에 교수가 되지 못한 채 조교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소신을 지켜왔다.
이 책을 내게 소개한 이는 한일100년평화시민네트워크 이대수 대표. 탈핵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 11월 10일, 일본에서 열린 '탈핵아시아 행동' 설립식에 다녀왔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는 일본 뿐만 아니라 원전이 있는 나라라면 어디서든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므로, 탈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내게 기본지식(?)을 갖추려면 이 책을 읽어야한다고 권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핵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인식된 일본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허술하게 사고처리를 했으며, 국민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본 같은 나라도 그런데 하물며 '대충대충'을 모토(?) 삼고 있는 우리나라는 오죽할까 싶어진다.
방사능 기준 250밀리시버트... 피폭당하면 안전할까? 안전하게 잘 지었다고 자신하는 후쿠시마 발전소는 지진이 발생하면서 사람이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빠졌고,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은 끔찍한 수준이다. 후쿠시마만 오염된 게 아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지도를 보면 일본의 절반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나온다. 그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일본에는 절대로 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질문 14>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자꾸 발표내용을 바꾸는데 사실을 제대로 발표하고 있는지 묻는다. 대답은 어떨까?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거듭해서 발표를 정정하는 건 사고를 가능한 한 작게 보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고를 최대한 축소해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수습을 하기 위해 현장에 사람들을 파견한다. 그러면서 하는 게 있다. 방사능 피폭 상한을 자꾸 올리는 것이다. 일본은 국민의 연간 피폭량을 1밀리시버트에 이르면 안 된다면서 기준을 법으로 정해놨다. 방사선을 다루는 사람은 20밀리시버트가 기준이다. 한데 일본정부는 사고가 나자 기준을 250밀리시버트로 올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250밀리시버트를 피폭당하면 안전할까? 저자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도 맞아서 안 되지만 기준치 이상은 절대로 맞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1밀리시버트를 기준으로 정했을 때, 그 이상은 절대로 피폭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250까지 올렸다면 그건 대체 어떻게 된다는 건가?
피폭만이 문제는 아니다. 방사능 누출로 대기가 오염되면 흙도 더불어 오염되고, 그 땅에서 자라는 모든 먹거리가 오염된다. 방사능에 노출된 채소는 씻어도 방사능이 사라지지 않는다. 야채를 삶으면 50% 정도는 제거된다지만, 나머지는 결국 섭취와 동시에 체내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체외로 배출되지 않는 채 체내에 남아 있게 된다.
핵발전소 건설 중지하고 대안 찾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