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령사 석굴, 높이 30미터의 대불이 보인다. 169호굴은 대불 바로 위에 있다.
박찬운
난주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실크로드 석굴 문화의 보고인 병령사 석굴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7월 18일 아침 일찍 병령사를 향해 달렸다. 난주 시내에서 버스로 2시간을 이동하여 한때 아시아 제1의 댐이었다고 하는 유가협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쾌속 보트로 갈아타 50여 분을 더 가니 드디어 황하강과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병령사 석굴이 보인다. 원래 병령(炳灵)이라는 말은 티베트어로 '십만'이라는 뜻이니, 곧 많다는 의미다. 그러니 병령사 석굴은 병령사 천불동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 석굴도 맥적산 석굴과 같이 대체로 위진 남북조 시대부터 조성된 것으로 1600여 년의 장구한 역사를 견뎌 오늘에 이른 것이다. 석굴은 수, 당 시절 활발히 조성되었으나 청 말기에 많이 훼손되었다. 가장 볼 만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절벽에 조성된 30미터짜리 대불이다. 비록 그 크기는 사천(쓰촨)성의 낙산대불에 못 미치지만 그 위엄만은 대단하다.
이 석굴 또한 맥적산 석굴과 같이 조소미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석굴 곳곳에 부처와 보살, 그리고 부처님의 제자들이 진흙 조소상으로 남아 있다. 다만 그 수나 보존 상태는 맥적산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